그림을 그리라는 협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눈을 찔러 애꾸가 된 최북이란 조선
영조 때의 화가가 있지요. 그는 의미있는 그림을 선물했을 때 반응이 변변치 않으면
두말없이 그림을 찢었으며, 의미없는 그림에도 반색을 보이면 도리어 뺨을 치고, 받은
돈을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북은 사회에 대한 반항과 부정으로 기존의 통념에
도전한 대신 그의 삶은 늘 고독이 함께 했습니다.
이런 최북의 삶은 ‘풍설야귀인도(風雪夜歸無人圖)’에 잘 나타납니다. 눈보라 치는 겨울
밤, 귀가하는 나그네는 거칠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고 의연히 걸어갑니다. 그림 속
나그네는 어쩌면 거침없는 성격과 고달픈 인생의 최북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이 그림은
붓 대신에 손가락이나 손톱에 먹물을 묻혀서 그린 그림인 ‘지두화(指頭畵)’로 알려졌는데
이 그림을 그린 그의 손놀림에 불 같은 성격과 고독한 삶이 더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