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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제주 4.3의 현장에서 올리는 아름다운 제의

고현주 사진전 <기억의 목소리Ⅲ> 12월 6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보자기에 (등을 담아) 수백 번 묶고, 풀 때마다 그들에게 이 빛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빌었다. 서글프고 아름다운 사진 속 풍경이 또한 보는 사람들을 위무하기를 바랐다.”

 

성산 일출봉, 섯알오름, 다랑쉬오름, 함덕해수욕장, 정방폭포....

사진가 고현주는 등과 바구니와 색색의 보자기들을 들고, 제주의 여러 장소를 하나씩 찾아갔다. 모두가 4.3 당시 학살이 자행되었던, 70여 년 전 그날의 ‘현장’이었다.

 

 

 

그리고는 현장을 목격했을 늙은 폭낭(팽나무 사투리)의 가지에 등이 담긴 보자기를 매달았다. 오름의 능선에, 해안가 돌들 사이에, 물 위에, 그 장소에서 죽임을 당한 희생자의 수만큼 보자기로 싼 등불을 놓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마음이 같은 여러 지인이 그녀를 도왔다.

 

이번 전시 <기억의 목소리 III>은 그때의 아름다운 제의의 기록이다. 풍경 위에 제구(祭具)처럼 점점이 등불들이 놓이자, 70여 년 전 현장의 기억이 환하게 되살아난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중첩되면서, 소리 없이 묻혀 있던 ‘기억의 목소리’들이 소리를 낸다. 2014년 제주의 거대한 자연 앞에 홀로 선 인간의 모습을 담은 <중산간(重山艮)> 시리즈를 발표함으로써 ‘제주’에 잇닿아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바 있는 고현주는 2018년 지금의 시리즈를 시작했다.

 

“제주에 너무 많은 빚을 졌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기억의 목소리’ 작업은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사물에 스민 제주 4.3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희생자들의 유품과 사물의 서사를 쫓은 첫 번째 <기억의 목소리>는 작가의 암 투병과 함께 작업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5년여 동안, 작가는 3부작을 아픈 몸을 이끌고 해낸 것이다. 고향이 제주여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름답게만 여겼던 풍경 속 비극을 알아챈, 늦깎이로 사진을 공부하고 사진가로 활동하기 전까지 제주에서 음악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던 감수성과 이성이, 그녀에게 아픈 몸으로도 ‘무거운 마음을 일으키게’ 했을 것이다.

 

완결편인 <기억의 목소리 III>을 전시와 책으로 펼쳐 보이며, 작가는 말한다. “이 작업을 하면서 작업을 도와준 분들도, 자신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라고.

 

 

고현주 사진전 <기억의 목소리 III>은 지난 11월 제주의 사진갤러리 ‘큰바다영’에서 먼저 제주민들에게 보여졌다. 전시와 같은 제목의 사진집과 함께, 이제 서울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