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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는 그릇과 담기는 그릇

[정운복의 아침시평 13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작은 그릇 위에 큰 그릇을 포갤 수 없고

얕은 물에 큰 배를 띄울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담아낸다고 하는 것은 이미 담기는 것보다

커다랗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탈무드에 못생긴 그릇 이야기가 나옵니다.

총명하지만 못생긴 랍비가 공주와 만납니다.

공주는 생김새를 비꼬아서 말하지요.

"뛰어난 총명이 못생긴 그릇에 들어있군."

 

이 말을 들은 랍비가 묻습니다.

"왕궁에 술이 있습니까? 그 술은 어떤 그릇에 들어있죠?"

"그야 술 항아리에 들어 있지요."

"왕궁에는 훌륭한 그릇이 많은데 보잘것없는 항아리를 쓰시다니…."

 

그 말에 공주는 술을 금 그릇으로 옮깁니다.

술은 곧 상해버리고 말았지요.

랍비는 말합니다.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도

싸구려 항아리에 넣어두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담는 것과 담기는 것도 오묘합니다.

담기는 것은 담는 것의 모양에 따라 형태가 변화되지요.

또한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그릇의 명칭이 바뀌기도 합니다.

물잔, 포도주잔, 커피잔, 찻잔….

 

 

와인은 어디에 담아도 와인이고 커피는 어디에 담아도 커피일 텐데

우린 굳이 용도를 한정시켜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담고 있는 생각과 마음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잔의 값어치가 달라지니

좋은 것을 골라 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