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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아랍문자ㆍ데바나가리와의 견줌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첫 번째 이야기에서 한글은 직접 소리를 적는 글이고 알파벳은 단어를 만들어야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하철로 비유하자면 한 번 갈아타야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그리고 한자는 갈아타는 문제는 없지만, 정거장까지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한자도 발음이 있어 소리를 표현하지만, 글자 자체가 뜻을 갖는다는 것이 다른 글자들과 다릅니다. 그래서 한자는 뜻글이라 하고 한글이나 알파벳은 소리글이라 분류합니다.

 

한글을 소리글이라 하여 알파벳과 한 부류로 보는 것은 한글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유명한 언어학자 영국 써섹스 대학의 쌤슨교수는 한글을 제대로 배웠나 봅니다. 그는 한글을 ‘자질문자(featural character)’라고 하여 따로 분류하였습니다. 1944년생이니 최근에 일어난 일이지요. 그러나 이 주장은 이미 널리 받아들여져 이제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자질(資質)’이라는 말도 그렇고 ‘featural’ 이라는 말도 그렇고 언뜻 와 닿지 않는 어휘입니다. 명사형인 feature는 사전에서 특징이나 특성이라고 설명되지만, 우리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영어에서도 어려운 단어 같습니다. 한글은 그냥 한글로 분류해야지 다른 글자들과 함께 놓고 다룰 글자가 아니지요.

 

 

한글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 본래의 의문으로 돌아가 한글 말고는 소리를 적는 글자는 없을까 알아봅니다.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글자는 순서대로 라틴 알파벳, 한자, 아랍문자, 데바나가리(Devanagari) 그리고 벵골 문자입니다. 벵골 문자는 데바나가리와 매우 비슷하므로 논의에서 빼겠습니다. 그러면 주목해야 할 글자로 데바나가리와 아랍문자가 남습니다. 아랍문자는 ‘자음문자(Abjad)’라 하여 모음 없이 자음만 써 놓고 적당히 소리를 내 읽는 글자입니다. 우리가 ㅋㅋ 이라 쓰고 ‘크크’로 읽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 그런 글자가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아랍글자는 6억 6천만 명이 쓰고 있습니다.

 

 

이제 데바나가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데바나가리는 우리가 많이 들어 본 산스크리트어를 적는 글자입니다. 혹 산스크리트를 문자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범어라고 부르는 언어입니다. 데바나가리는 범어뿐 아니라 힌두어, 네팔어 등 120개의 언어가 사용하는 글자입니다. 33개의 자음과 14개의 모음을 씁니다. 한글이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을 쓰고 있으니 한글보다 글자 수가 거의 두 배가 됩니다. 자음은 발음부위에 따라 아치설후순 (훈민정음은 아설순치후)으로 분류되며 불송기청음, 송기청음, 불송기탁음, 송기탁음, 비음 등 5가지 소리가 닫음/약간 단음/약간 엶/엶등의 음으로 강약이 구분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발음을 표기하는 것은 한글과 견줄 만하지만, 한글은 기본 자모 24자의 합용병서로 어떤 발음이든지 합자하여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하여 배우기 쉽도록 글자의 모양을 가장 간단한 도형인 점과 원, 그리고 직선만을 사용하였으며 말소리는 초성, 중성 종성이 이루어진 음절을 이루어 만들어진다는 원리를 글자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데바나가리 자모의 모습과 자모가 결합하는 예를 보여줍니다. 자모의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모양이 비슷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려우며 자음과 모음이 합쳐지면 모습이 변하기도 합니다.

 

 

요약하건대 글자란 궁극적으로 말소리를 적기 위해 만든 것인데 한글은 말소리를 먼저 음절로 나누고 음절을 초중종성이 합쳐진 하나의 덩어리로 그렸으며 가장 간단한 도형을 사용하여 배우기 쉽고 쓰기도 쉽게 하였습니다. 이에 견주면 알파벳은 소리를 표기하지 못해 단어를 만들어야 하며 데바나가리는 초중종성이 합해 만들어지는 음절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못하고 글자의 모양이 혼란스러워 배워 쓰기 어렵습니다. 애초부터 산스크리트의 표기는 승려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니 근본정신부터 다른 것입니다. 한자는 글자의 시조인 상형문자의 단계를 넘지 못한 상태이며 아랍문자는 상형문자에서 겨우 한 단계를 넘은 글자입니다. 이러한 몇 아주 오래된 글자들이 아직 쓰이고 있음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글자의 진화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글자는 그림으로부터 출발하였으며 훈민정음은 글자 발전과정의 끝판왕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글은 훈민정음의 잘못된 진화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