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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표기법’이 아니고 ‘외국어표기법’이다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14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전번 이야기에서 외래어표기법은 애초부터 불필요한 것이었고, 그 대신 언어별로 외국어 표기법을 만들자고 하였습니다. 지금의 외래어표기법에도 영어 표기법, 중국어 표기법 등 외국어 표기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두가 외래어표기법 테두리 안의 것이라 별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외래어표기법에서 벗어나 한글로 영어 표기법을 만들고 이와는 별도로 중국어나 일본어 등 각 언어의 표기법을 따로 만들어 쓰자는 것입니다. 이들이 모두 한글로 되어 있어서 모든 언어의 표기법이 결국 거의 같아 한글은 자연히 세계 언어표기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언어별 외국어 표기법이 필요한 까닭

 

우리가 어떤 언어를 배우려면 먼저 그 언어를 읽는 법부터 배웁니다. 예를 들어 영어를 읽으려면 먼저 알파벳과는 다른 ’발음기호‘를 배워서 그 발음기호를 통해 읽게 됩니다. 이 발음기호는 IPA라는 거대한 국제음성기호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선택한 것인데 글자 모양과 발음이 대개 로마자 알파벳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다른 점도 많아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전은 아예 발음기호를 안 쓰고 다른 방법으로 발음을 설명합니다. 한글을 가진 우리는 당연히 한글발음기호를 개발하여 쓰는 것이 유리합니다.

 

중국어를 배울 때도 이미 말한 대로 한자(漢字)가 아닌 로마자로 된 ’병음(拼音)‘부터 배웁니다. 이 또한 발음표기가 어정쩡하고 혼란스러워 몇 주간을 배워도 편히 쓰지 못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3년 동안만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4년 차부터는 못 쓰게 합니다.

 

병음이 얼마나 혼동되는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말에도 있는 처자(妻子)라는 단어를 병음으로 ’qīzi‘라고 쓰고 ’치이즈‘라 읽습니다. 그런데 자극(刺激)은 cìjī 라 쓰고 ’츠찌이‘라 발음합니다. q와 c를 모두 ‘ㅊ’ 발음으로 읽고 ‘i’는 ‘이’도 되었다 ‘으’도 되었다가 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약속들이 여러 개라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글을 쓰면 당장 사라질 문제입니다.

 

언어별 외국어 표기법은 결국 ‘한글 외국어 표기법’

 

다시 영어로 돌아가서 cheese의 발음기호는 [tʃiːz]이고 치이즈’라 발음합니다. 중국어의 qizi 와 거의 같은 발음입니다. 같은 발음인데도 미국에서는 [tʃiːz]로 쓰고 중국에서는 [qizi[로 표기합니다. 한글로 배우면 영어나 중국어나 모두 ‘치이즈’이니 얼마나 쉽습니까?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몽골어 발음도 한글로 표기법을 만들면 즉시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한글 외국어 표기법은 만국 발음기호로, 혹은 만국 문자로 발전할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나?

 

아무리 편하다 하더라도,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좋다고 선전한다 해도 미국이나 중국이 자진해서 자국 학생들에게 한글 표기법을 쓰라고 권유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두말할 것 없이 이는 우리나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글 표기법이 외국어 표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글 표기법으로 영어나 중국어의 컴퓨터 입력이 더 쉬워진다든지 제3의 언어를 배우는데 유리하다는 등의 장점을 보이는 것입니다. 한글의 다양한 활용방안은 뒤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한국에서 시험 활용에 성공하면 다음 목적지로 중국으로 잡아야 합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성공 가능성입니다.

중국어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리고 한글은 얼마나 쉽습니까? 중국어의 표기 방법을 한글로 바꿔주면 중국인들은 그 편의성을 거부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구나 컴퓨터가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바꿔야 할 것은 병음뿐입니다. 병음 대신 한글을 쓰면 우선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손에 잡힐 것입니다. 배우기 쉬울 뿐 아니라 혼동되는 점이 없어집니다. 병음은 최소한 3달 강습받아야 하며 그 뒤에도 계속 헷갈립니다. 그러나 한글 표기법은 한두 시간이면 족합니다. 곧 강의 시작 첫날에 끝낼 수 있습니다.

 

한글은 한자처럼 덩어리 문자입니다. 漢字 한 글자에 한글 한두 글자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병음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 편리성입니다. 쓰기 어려운 한자는 우선 한글로 쓰고 나중에 간단히 한자로 바꿀 수 있도록 앱을 깔아주면 됩니다. 이것이 결국 우리처럼 중한 혼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한글전용으로 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물론 이런 점을 중국인에게 직접 강조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이런 방법으로 중국어를 공부하여 그들보다 빨리 배우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따라 하게 하여야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 학생들이 중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중국과 많은 교류가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 예상됩니다. 중국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우리 국민은 누구나 중국어를 조금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중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가 점점 줄어들어 중국어 교실을 폐지하는 중고등학교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배우기가 너무 어려워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좀 더 쉽게 중국어를 배우는 방법을 만들어 우리 젊은이들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중국어 교사들은 한글표기가 아무리 편리하다 해도 병음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첫째, 중국어 컴퓨터 입력이 병음을 통해 되고 있으며, 둘째, 사전이 이미 병음 체제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는 한글표기를 거부할 까닭이 될 수 없습니다. 곧 컴퓨터 입력도 한글 표기로 되도록 만들어 제공하여야 합니다. 이는 어렵지 않은 일이며 만들고 나면 병음 입력보다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어 사전도 한글 표기 기반으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글쓴이는 이미 한글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학습용 중한영 사전을 만들었습니다(그림 참조). HSK 5급 어휘까지만 수록하여 초중급 학습용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글 외국어 표기법을 어떻게 만들지 예상되는 내용에 대해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