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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감(쿠시가키)으로 유명한 와카야마 시고마을

맛있는 일본이야기 <702-113>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적한 시골 마을에 왁자지껄 잔치가 벌어졌다. 이름하여 꼬치감(串枾, 쿠시가키)축제다. 꼬치감은 말 그대로 가느다란 대나무 꼬챙이에 깎은 단감을 끼워 말리는 것으로 이것은 곶감으로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초에 가가미모찌(鏡甁)에 장식하려는 것이다. 가가미모찌란 정월 초하루에 찹쌀떡을 눈사람 모양으로 만들어 집안의 신성한 곳에 두는 의식으로 여기에 꼬치감을 얹어 놓는다.

 

이는 예전부터 내려오던 풍습으로 신사(神社) 등에서 전해오는 3종의 신기(神器) 곧 거울과 칼, 곡옥을 대신하여 떡, 꼬치감, 귤을 포개어 진설하여 나쁜 액운을 막기 위한 민간신앙에서 유래한다. 칼 대신에 뾰족한 대나무 창에 곶감을 꿰어 말린 꼬치감은 우리가 흔히 먹는 곶감이긴 하지만 특별히 제례용 감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꼬치감으로 유명한 와카야마현 시고마을(四鄕)은 표고(標高) 400m~ 550m에 자리 잡아 겨울은 춥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 꼬치감을 만들기에 적합한 조건을 가진 지역이다. 이곳 말고도 기후현, 나가노현, 히로시마 같은 곳에서도 꼬치감을 생산하지만 시고(四鄕)산을 으뜸으로 친다. 시고마을의 꼬치감은 4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지금처럼 대량생산을 하게 된 것은 1975년부터다.

 

꼬치감을 만드는 시기는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로 대부분 이 시기가 되면 모든 식구가 아침부터 밤까지 감을 깎고 꼬치에 끼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시고마을은 약 200가구가 사는데 120가구가 이 꼬치감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을을 떠나는 젊은이들로 인해 대부분 50살에서 75살 정도의 중고년층이 이 일을 한다.

 

이러한 한적한 산촌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드는 시기도 이 무렵이다. 집집마다 갓 깎아 꼬치에 낀 감을 널어놓은 모습이 깊어가는 가을 한 폭의 그림 같다. 노을을 머금은 듯한 눈부신 감의 고장 와카야마 시고마을의 꼬치감 축제는 그래서 언제고 다시 가보고 싶은 군침 도는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