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 눈이 내년 농사의 풍작을, 모든 국민의 행복을 알리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첫눈을 보고 영조임금이 쓴 “서설”이라는
글씨를 들여다 봅니다. 영조의 어필은 4언과 5언의 시구로 되어 있는데 대부분 행서로
쓰였습니다. “상서로운 눈이 내려 풍년을 알리니 내년 농사가 잘될 것(瑞雪驗豊 明農登熟
仍此有祝)”이라는 내용을 담은 글 가운데 “서설(瑞雪)” 두 글자를 따서 쓴 글자를 보면
영조임금의 힘이 느껴집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나는 첫눈, 서설을 맞으며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라는 시를 읽습니다. 그리고 첫눈 위의 백자 달항아리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