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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설을 쇠는 일본의 설날 음식 '오세치요리'

맛있는 일본이야기 <705>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토끼해(계묘년)도 이틀 뒤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곧 용띠해(갑진년)의 밝은 태양이 떠오른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 맞이를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바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국은 양력 1월 1일을 설로 쇠지 않기에 그저 하루 쉴수 있는 공휴일 정도로 여기지만 이웃나라 일본은 양력 설(오쇼가츠라고 함)을  쇠기에 지금 한창 설맞이 준비로 바쁘다.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설음식이 따로 있는데 이를 오세치요리(御節料理)라고 한다.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보기에 화려한 것이 일본 음식인데 정초 설날 음식인 오세치요리는 그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세치요리의 역사는 나라시대(奈良時代,710~794)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시작은 궁중에서 세치에(節会) 라고 해서 설, 단오, 칠석 등의 행사때 쓰던 공양음식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일반 가정에서 해먹던 설음식이라기 보다는 궁정에서 제례용으로 쓰던 음식이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 먹게 된 음식으로 보면 될 듯하다. 오세치요리는 그 가짓수도 많지만 대표적인 음식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말린 청어알: 청어알은 자손 번영을 뜻한다.

*검정콩 : 달콤하게 조린 검정콩은 일본말의 콩을 뜻하는 ‘마메’와 성실하다는 말 ‘마메’를 뜻하여 한 해               를 성실하게 지내라는 뜻에서 먹는다.

*멸치조림 : 달콤하게 조린 멸치로 한 해의 풍년을 뜻한다.

*홍백어묵 : 붉은 어묵은 귀신을 쫓고, 하얀 어묵은 맑고 깨끗한 신성함을 뜻하며 일출과 더불어 행복                 을  뜻한다.

*달걀말이 : 달걀과 으깬 어육을 섞어 만든 일본식 달걀말이로 학업의 번창을 뜻한다.

*고구마밤조림: 고구마를 삶아 체로 거른 반죽에다가 설탕으로 조린 밤을 감싼 것으로 황금을 뜻하며              재물운을 비는 뜻에서 먹는다.

*새우      : 등이 굽고 긴 수염이 난 새우는 장수를 뜻한다.

 

 

 

이러한 음식은 찬합에 정성껏 담아 설날에 먹는데 섣달그믐날 미리 만들어서 데우지 않고 한국의 한식(寒食) 때처럼 차갑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불을 관장하는 신을 노엽게 하지 않기 위해 부엌에서 불사용을 금지해오던 전통에 의한 것이다.

 

오세치요리는 예전에는 모두 가정에서 만들어 먹었지만 요즈음은 백화점 등에서 만들어 파는 음식을 주문하여 먹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오세치요리라고 하니 이십여 년 전 필자가 요코하마에 사는 지인 집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마침 설날이었는데 지인의 친정집에서 3중 찬합에 오세치요리를 잔뜩해서 보내와서 푸짐하게 먹은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이렇게 가정집에서 만들어 딸이나 아들집에 보내는 주부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완성품을 사 먹는 집이 많다. 그만큼 연말이 되면 설음식인 오세치요리 판매를 위한 시장이 엄청나게 커져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 주문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에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