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맑은 밤 편안히 앉아 등불을 은은히 하고 차를 끓인다. 세상은 온통 고요한데 시냇물 소리만 졸졸졸 들려와 이부자리도 펴지 않은 채 건듯 책을 읽어본다. 이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비바람 몰아치는 날 사람들 오고 감이 뚝 끊겨 온 세상이 고즈넉하고 온 집안이 조용하다. 빗장 걸고 방을 치우고선 눈앞에 가득한 책을 기분 내키는 대로 꺼내서 보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텅 빈 산에 겨울이 찾아와 소복이 쌓인 눈 위로 싸락눈 날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들 바람결에 흔들리고, 추위에 떠는 산새가 들판에서 우짖을 때, 방안에서 화로를 끼고 앉아 차 끓이고 책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