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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오월이 다 가기 전에

동식물들, 종족을 보존하려고 처절하게 애를 쓴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304]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5월이 맞는가? 하루걸러 비가 오는 게 5월 날씨로 맞는가? 그런 의문을 가지고 비가 오는 날도 피하지 않고 산책길에 오르는 까닭은 산책로 입구의 자그마한 물웅덩이에 오늘은 안 오는가 하는 기다림 때문이었다. 근래 이곳 물웅덩이가 잦은 비로 물이 넘치는데도 텅 비어 있는 때가 많아졌다. 지난해 또는 그전에는 오리들이 자주 와서 놀아주기에 산책길이 외롭지 않았는데 영 오지를 않으니, 궁금증이 커지고 그만큼 외롭고 아쉬운 날도 많아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다리던 손님들이 왔다. 머리와 목덜미가 파란 청둥오리 두 마리가 다른 오리 두 마리와 함께 물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마침, 해가 나서인지 오리들이 자맥질하며 한창 즐겁게 놀고 있다. 아침마다 이들을 기다리던 집사람과 필자는 우리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왔어? 왜 이제야 오는 거야?

 

다만 눈앞의 정경은 좀 특이하다. 오리 네 마리가 놀고 있는데 수컷 오리가 두 마리이고 다른 두 마리는 조금 작아 보이기에 새끼 같다. 열심히 자맥질하며 노는 것도 보면 역시 막 자라는 새끼들 같다. 그렇다면 이들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만 두 마리인가? 나머지 두 마리는 새끼들이 맞는가? 왜 엄마 오리는 안 보이는가? 아니면 그냥 두 쌍의 부부 오리들인데 내가 잘못 보았는가? 엄마 오리가 없이 아빠 오리 두 마리가 새끼들과 논다면 그것은 두 집 살림인가?

 

조금 이상한 생각을 해보면 혹시나 오리들도 동성애를 하는 것들인가? 요즘 세상이 세상인지라 그런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뭐 그렇더라도 물웅덩이를 오랜만에 찾아온 오리 손님들은 무척 반가운 존재들이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5년째인데 과거엔 오리들이 제법 많이 왔고 어떤 해에는 새끼들이 대거 태어나서 엄마를 따라 내려와 헤엄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그때의 기쁨이란 마치 내가 더 많은 손주를 본 것 같았다.

 

그러고는 몇 년 동안 이런 오리 가족들의 탄생을 보지 못했다. 동물들이 어린 새끼를 낳아 그 새끼들이 움직이고 다니는 모습은 정말 손주들 보듯 이쁘고 즐거운 법인데 그것을 제대로 못 보고 몇 년이 지나간 것이다. 그러니 그나마 이렇게 몇 마리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니 그 가족 구성의 궁금증은 차치하고 그 자체로 반가운 것이다.

 

그러다 며칠 뒤 이곳 물웅덩이를 따라 구파발역으로 흐르는 구파발천에서도 오리 새끼들이 엄마의 보호 아래 놀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아 다행이구나 오리들이 그래도 계속 새끼들을 만들어 오리들의 세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누구는 그럴 것이다. 왜 그리 오리가 오고 안 오고를 가지고 마음을 졸이느냐고.

 

그 까닭은 여기 오리들이 안 오면 오리들도 모양만 차리고 멋만 차리다가 자손을 안 낳는 우리 이 시대 한국인들처럼 후손이 끊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출산율이 최저로 내려간 우리 사회, 우리 세대 많은 분의 자녀가 혼인하지 않고, 결혼하고서도 애를 갖지 않아서 다들 대가 끊기는 아픔을 겪지만, 자식들에게 그런 걱정을 자주 비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남들이 손주들이랑 재미 보는 장면을 보면 애써 마음의 눈을 닫곤 하는 것을 주위에서 듣고 보곤 해서 혹 우리들이야 그렇지만 오리 너희들이야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댜.

 

21세기를 사는 우리 또래 한국인들은, 그동안 열심히 나라를 일궈 세상에 부러운 것 없는 나라를 만들었는데, 자식들이 후손을 안 보니, 이제 이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걱정을 하는 것이고, 자식들에게는 차마 계속 말을 못하니 그저 우리 마음을 이런 동물에게라도 알리고 싶은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게 동병상련의 마음이 일어 자꾸 오리들을 기다린 것이다.

 

 

사실 요즈음이 봄의 절정이기에 이 좋은 계절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아침마다 산에 오르면 온갖 새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날아다니며 지저귄다. 다람쥐, 청설모, 산꿩들도 분주히 움직인다. 사람은 어떤가? 온몸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흐르는 듯한 기분 좋음. 그 기운들이 온몸에 활력을 준다. 날씨는 따뜻해서 밖에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정을 나누고 싶다.

 

내가 젊을 때 결혼하기 전 이런 봄이면 길을 가다가도 멋진 상대를 보고는 눈이 돌아가곤 하였고 어디 공원에서라도 멋진 여성을 지나치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지 않았던가? 봄의 이러한 마음을 사람들이 춘정(春情)이라고 한다는데 이것은 곧 상대를 찾아 짝을 이루고 사랑을 하고 후대를 만들라고 하는 신의 배려가 아니겠는가? 지금이 그런 때인 것이다.

 

 

 

 

최근 지인들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숲인 광릉수목원을 찾았다가 해설사로부터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여기 수백 종의 식물들은 꽃이 피면 그 속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기도 하는데 벌과 나비, 바람 등을 이용해서 수정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한다고 한다. 그들이 서로 한 꽃 안에서도 동종 교배가 되지 않기 위해 꽃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조절한다거나 슬쩍 다른 동물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데로 날아가도록 하려고 그들을 유혹하고 내보내고 한단다.

 

그런 것을 보면 동식물들이 그들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저렇게 처절하게 애를 쓰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감동이었다. 동식물들이 저렇게 종을 이어가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데 우리들은 지금 있는 환경도 이용하지 않고 종의 문을 닫으려 하는 것은 아닌가? 그것이 우리 한국 사회만 유독 그런가? 그런 마음이 있다.

 

봄은 곧 자연이 우리에게 짝짓기하기 가장 좋은 때이니 이를 놓치지 말고 그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하고 수행하라고 이 계절을 우리에게 준 것이리라. 봄의 절정인 5월은 우리들이 사랑을 해야 하는 계절인 것이다. 물가의 오리들이 새끼들과 노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이 임무를 조용히 잘 수행하고 있구나 하는 생긱이 든다.

 

그러니 우리 젊은이들도 너무 머리를 굴려 서로 상대에게 이끌리는 춘정을 거부하지 말고 후손들을 낳고 만들고 키워 자손이 이어지는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 뭐 이런 생각을 최근 부쩍 많이 하는 것이다. 청춘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신이 우리에게 준 청춘이란 좋은 시절을 가장 잘 즐겨라. 그 좋은 오월이 막 다 가고 있다.

 

 

물가에 혼자서 멍하니 있는 숫오리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용기를 내어 짝을 찾아라. 사랑을 하라. 그러고는 자손들을 만들어라. 그것이 이 세상이 네가 존재하면서 받을 가장 큰 기쁨이며 존재를 허락받은 가장 중요한 책무다." ​

 

              5월에는 사랑을

 

                                    - 윤보영

 

   ​5월, 너를 나는

   사랑이라 말해야겠다.​

 

   내 사랑에 미소 지을

   그 미소와 함께 웃을 주인이 되게

   5월을 사랑하며 보내야겠다.

 

   막 돋아난 떡잎이 팔부터 벌리듯

   멋진 우리 5월을 위해

   힘차게 사랑을 펼치련다.​

 

   내 사랑이 나에게 돌아와

   행복이 되도록

   깊은 감동이 되도록​

 

   5월에는

   내가 생각해도 가슴 찡한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