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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미스 K와 골프가 성사되는 사람이 저녁 사기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1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언젠가 비디오로 보았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창(娼)”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사창가를 찾았다. 여자는 할아버지가 낑낑대기만 하고 잘하지 못하자 면박을 주었다. “할아버지! 빨리하고 내려가세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그렇게 구박하지 마아. 할머니가 다녀오라고 해서 왔어.”

 

속설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젊은 여자와 그걸 해서 성공하면 그 여세가 두세 달은 가고, 따라서 할머니는 덕을 본다고 한다. 그래서 현명한 할머니는 젊은 여자에게 한번 다녀오라고 늙은 할아버지에게 돈을 쥐여 준다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일리가 있지 않는가?

 

ㅋ 교수는 최근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골프는 사실 젊어서부터 배워야 자세도 제대로 잡히고 점수도 잘 나오는 운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골프가 돈이 드는 비싼 운동이기 때문에 젊었을 때는 돈이 없어서 골프를 배울 수가 없다. 1990년대 이후에는 나라 경제 사정이 좋아져서 요즘 대학생은 학교에서 1학점짜리 골프 과목을 누구나 수강하여 골프를 배울 수가 있다고 한다. 경제가 발전하니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K 교수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골프는 먼 나라의 스포츠였다. 맥주 가격도 당시 수준으로는 매우 비쌌다. 요즘 대학생들이야 언제라도 별 부담 없이 맥주를 먹을 수 있지만, K 교수가 대학 다니던 때에는 값싼 막걸리에 김치 안주로 만족해야만 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 당시 부유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골프 대신 테니스를 배우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K 교수는 워낙 어렵게 대학에 다녔기 때문에 골프도 테니스도 배우지 못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학 생활이었다.

 

K 교수는 작년에 후문 근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온 김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K리조트에는 퍼블릭 골프장이 딸려 있는데, 정규 홀에 견줘 코스가 조금 좁기는 해도 입장료가 쌌다. K리조트의 소유주는 S대학 재단 이사장으로서 대학 다닐 때는 아이스하키 선수였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재단 이사장은 최근에는 승마에 빠져 있다고 한다. 승마 실력은 거의 국가 대표선수 수준이고, 과천 경마장에 말이 있는 마주라는 소문도 있었다.

 

재단 이사장의 골프 실력은 싱글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재단 이사장은 너그럽게도 K리조트 골프장을 이용하는 S 대 교수에게는 50% 할인 요금을 받게 하여서 S 대 교수들은 부담 없이 골프를 칠 수 있었다. K 교수가 나이 40 넘어서 뒤늦게 배운 골프는 쉬운 운동이 아니었다. 골프 점수는 아직 108 번뇌 수준이지만, K교수는 한창 골프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골프에 관해서 이야기하다가 엉뚱한 내기를 걸게 되었다. “미스 K가 골프를 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발단되었고, 두 사람 중에서 먼저 미스 K와 골프가 성사되는 사람이 저녁을 사기로 약속까지 하게 되었다. 남자들은 별스러운 것에 내기를 거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미스 K와의 골프는 성사만 된다면 매우 멋질 것이다. 생각해 보라. 푸른 잔디밭을 걸으면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미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4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로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상상의 세계에서는 무엇인들 못 하랴! 언론의 자유 이상으로 상상의 자유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날 여복이 없는 ㅋ 교수는 미스 K를 만나지 못하고 스파게티만 먹고서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후문을 지나는데 줄기가 굵은 커다란 은사시나무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은사시나무는 사시나무와 은백양 사이에 생긴 교배종으로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잎이 하늘하늘 잘 흔들린다. 잎 뒷면은 은색이어서 잎이 떨리는 모습이 멀리서도 잘 보인다. 은사시나무의 껍질은 푸르스름한 은빛이고 나무줄기에 마름모꼴의 흠집이 촘촘하게 나타나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뻐꾸기는 텃새가 아니고 철새다. 뻐꾸기는 겨울 동안에는 동남아 지역에서 보내다가 봄이 오면 한반도로 날아와 새끼를 낳고 키워서 가을에는 다시 동남아로 돌아간다. 뻐꾸기의 한 종류로서 ‘검은등뻐꾸기’가 있다. 이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매우 독특해서 한번 들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이 새는 4음절로 우는데, 잘 들어보면 (높은)도-솔-라-미처럼 들린다. 이 새의 속명은 재미있게도 홀딱새이다. 이 새가 깊은 숲속에 들어온 남녀를 보면 높은 나무 가지에 앉아서 “홀-떡-벗-고, 뭣-들-하-니”라고 놀린다고 해서 그러한 이름이 생겼다는 속설이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