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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국제목판보존연구협의체 10돌 기념 국제학술대회

안동에서 유럽ㆍ아시아 공동 협력 본격화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과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6월 24일(화)부터 26일(목)까지 경상북도 안동에서 ‘국제목판보존연구협의체(IAPW) 10돌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IAPW(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Printing Woodblock) 공동의장 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의 유교책판’을 보유한 기관으로서,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주도적으로 기획했다. 이번 행사는 목판 인쇄문화의 보존 논의를 전 지구적 문화유산 협력의 장으로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목판, ‘기록도구’에서 ‘지식유산’으로

 

이번 학술대회에는 독일,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미국, 홍콩 등 6개국의 학자들이 참여해, 중세 유럽과 이슬람 세계, 근대 동아시아에 이르는 목판 인쇄문화를 재조명하며 그 보존 값어치와 활용 가능성을 넓힌다.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사본문화연구소의 미카엘 프리드리히 교수는 목판을 단순한 인쇄 기술이 아닌 필사본 문화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보존과 디지털화, 학술 활용, 대중 접근성 측면에서 목판 유산의 미래적 값어치를 제시했다.

 

 

이탈리아 라 사피엔자 로마대학교의 아리안나 도토네 교수는 10세기 이집트에서 목판이 부적 제작에 활용된 사례를 통해, 종교와 민속이 결합한 복합문화의 값어치를 소개했다. 영국 대영도서관의 다니엘 로우 박사는 아랍 문헌 속 목판 인쇄물을 통해 동서 문화 교류의 흔적을 밝혔으며, 벨기에 플란탱-모레투스 박물관의 요스트 드퓨이드는 목판을 글자와 그림이 어우러진 시각예술 매체로 재조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줄리 넬슨 데이비스 교수는 일본 삽화책의 물성과 미학을 분석하며, 목판이 단순한 매체를 넘어선 문화적 실체임을 강조했다. 홍콩 수연대의 심혜승 교수는 기록유산 디지털화 이후의 접근성과 윤리적 책임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적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처럼 목판은 더 이상 지역적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필사본 문화의 일부이자 예술ㆍ종교ㆍ지식이 얽힌 복합 유산으로서 세계 학계 간 협력과 담론의 매개로 떠오르고 있다. 프리드리히 교수의 발표는 이러한 흐름을 관통하며, 전통 인쇄문화를 둘러싼 보존, 활용, 공유의 미래 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래를 위한 ‘보존’, 그리고 ‘연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목판이라는 전통유산을 바탕으로 필사본 문화를 포괄하는 국제 협력 체계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계기도 마련한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사본문화연구소(CSMC)와 업무 협약을 맺는다. 이는 사본ㆍ목판ㆍ필사본ㆍ삽화책 등 다양한 전통 기록물을 중심으로 유럽과 동아시아 간 공동 보존·연구·교육 협력 체계를 제도화한 첫 사례로 의미가 크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IAPW 참여 기관의 지리적·분야적 외연을 공식화하고, 67만여 점에 달하는 기탁 자료를 바탕으로 디지털 중심의 기초 아카이브 구축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은 “이제는 유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 유산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움직이는 시대이다. 기록유산은 미래 세대를 위한 공공의 지식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