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낮고 멀리 있는 보의 물, 가뭄에 도움이 못돼

4대강 사업의 문제점 알아보기 4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19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세 번째 목표는 4대강 보에 많은 물을 저장해 두면 가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4대강의 16개 보에 저장된 물은 모두 7억 2,000만 톤이나 된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지방을 여행하다 4대강 보 옆을 지나다 보면 보 위쪽으로 물이 가득 차 있는 호수를 볼 수 있다. 많은 국민은 “4대강 사업으로 이처럼 많은 물을 저장해 두었으니, 가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가뭄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견해를 가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4대강 보에 가득 차 있는 물은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너무 야박한 평가가 아닐까? 필자가 보기에 4대강 사업의 가뭄 대책은 치명적인 두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물 부족 지역과 물 저장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최근에 물 부족은 강의 상류와 지류, 그리고 산간 지방과 해안 지방에서 나타난다. 4대강 본류에 만든 보에는 물이 가득 차 있지만 본류에서 거리가 먼 지류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보에 저장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없어서 물을 보낼 수가 없다.

 

전국에 있는 양수장 6,800여 개 가운데 4대강 본류에서 직접 취수하는 곳은 180여 곳이며 본류에서 물을 공급받는 논의 면적은 37,000ha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의 4%에 불과하다. 나머지 96%의 논에서 가뭄이 발생하더라도 4대강 보의 물을 이용할 수가 없다. 급수차로 4대강 강물을 실어 가뭄 지역으로 운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로, 수리시설을 만들어서 4대강 보의 물을 가뭄 지역에 공급하려고 해도 경제성이 없다. 농업용 저수지에서 논에 물을 공급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건설된 농업용 저수지는 논보다 높은 곳에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낮은 곳에 있는 논으로 물은 수로를 따라 자연 낙하하여 흐른다. 그런데 4대강 보는 유역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으므로 수로를 만들어 높은 지역에 있는 논에 물을 공급하려면 계속해서 물을 펌프로 뿜어 올려야 한다.

 

 

4대강 보에 있는 물을 펌프로 끌어 올리려면 양수장과 가압장이 필요하고 전기료를 포함하여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서 경제성이 없다. 왜 처음부터 수리시설을 만들지 않았는가? 가뭄에 필요한 물이라면 애초에 논밭보다 고도가 높은 곳에 저수지를 만들어 저장하지, 고도가 낮은 곳(본류)에 있는 보에 물을 저장한다는 발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4대강 사업이 끝나고 3년이 지난 2015년 가을, 충남 서부 지방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 부족해졌다. 여론이 나빠지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까지 나왔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황교안 총리는 10월 17일 충남 서부 8개 시, 군의 식수원인 보령댐 현장을 방문하였다. 다급해진 총리는 금강 본류에 저장된 물을 도수로를 만들어 보령댐으로 보내는 공사를 시작하라고 지시하였다. 주무 기관인 수자원공사에서는 총길이 21.9km에 달하는 도수로 공사(총공사비 625억 원, 물 공급 능력 하루에 11만 5천 톤)를 10월 30일에 착공하였다.

 

공사를 시작한 지 4개월 뒤인 2016년 2월 22일 금강취수장에서 보령댐 도수로 통수식을 했다. 보수 언론에서는 “4대강 사업을 가뭄에 적용한 첫 성과”라며 칭찬했다. 그 뒤 보령댐 도수로는 어떻게 되었나? 통수식 이후 하루 3~6만 톤의 물을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공급하다가 한 달이 채 안 된 3월 18일부터 운영이 중단되었다. 왜 그랬을까?

 

 

보령댐 도수로는 금강의 백제보 하류에서 물을 끌어 올려 반교천과 웅천천을 거쳐 보령호로 물이 흘러가도록 설계되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도수로의 취수 지점과 방류 지점의 고도 차이가 126m나 된다는 점이다. 고도 차이 때문에 펌프로 계속해서 물을 끌어 올리려면 전기료 등 운영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2017년에 펴낸 <보령댐 도수로 건설 사업의 비용 분담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령댐 도수로 사업의 운영비가 수익의 3.7배나 된다. 경제성이 없어서 상시 운영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전라남도 지방에 2022년 가을부터 5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이 닥쳤다. 광주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주암댐의 저수율이 19%까지 떨어지고 수돗물 공급이 불안해지자 4대강 사업의 가뭄 방지 효과에 대해서 논란이 재연되었다.

 

2023년 4월 4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가뭄 해결책으로 그간 방치된 4대강 보의 활용을 지시하였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영산강에 건설된 승촌보와 죽산보에 저장된 2,300만 톤의 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보고하였다.

 

두 개의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을 광주 시민의 식수로 공급하려면 주요 식수원인 동복호(저수용량 3,095만 톤)나 주암호(저수용량 4억5700만 톤)로 보내야 한다. 주암호는 영산강 유역이 아니고 섬진강 유역에 있다. 필자가 조사해 보니 주암호까지의 거리는 약 50km이고 고도 차이는 약 100m다. 정부에서 도수로 공사를 결정하지는 않았는데, 5월에 비가 내리면서 가뭄은 해소되었다. 그 후뒤 도수로 공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4대강 16개 보의 물은 낮은 곳에 있어서 막상 가뭄이 들어도 당장 사용할 수가 없다. 4대강 보의 물을 가뭄 해소에 사용하기 위해서 도수로 시설을 만들면 가능하다. 그러나 가뭄 지역은 거리가 멀고 고도가 높아서 도수로는 경제성이 없다. 4대강 보에 가득 찬 물은, 가뭄을 걱정하는 농부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어이없지만 엄연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