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도산서원 창건 450돌을 맞아 퇴계 이황의 도학정신과 시심(詩心)을 서예 작품으로 되살리는 특별 전시 <퇴계(退溪)>가 마련되었다. ‘도산서원’ 창건 450돌을 기려 퇴계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작가 51명이 퇴계의 자작시와 도산을 노래한 후학들의 시를 현대 서예로 재구성했다.
이번 전시는 도산서원 창건 450돌을 기려 진행되는 일련의 문화행사의 서막이다. 앞으로 고유제, 학술대회,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인문예술 프로젝트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그 첫 문을 여는 것이 바로 대구에서의 서예전이다. 도산서원 창건과 함께 걸린 편액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그 글씨의 유산을 이어가는 이들이 퇴계의 학문과 문학을 서예로 되살리는 자리다.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와 안동시(시장 권기창)가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 도산서원(원장 김병일), 한국서예협회 대구광역시지회(지회장 이종호)가 공동 주관하는 서예전 <퇴계(退溪)>는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0전시실에서,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동락관 1, 2전시실에서 열린다.
도산서원 450돌, 그 의미를 묻다
올해는 영남의 수문서원으로 알려진 도산서원 창건과 사액 450돌이 되는 해다. 한국 츠뜸 성리학자이자 조선의 서원부흥운동을 주도했던 이황은 중국과 다른 한국 서원만의 특징을 만든 인물이다. 서원을 성인이 되기 위한 수양의 장으로 생각했던 이황은 도덕적 이념을 위해 목숨까지 버렸던 성인을 추모하고, 성인의 삶을 이어갈 후학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서원을 만들었다.

이황이 죽은 뒤, 그의 도학적 삶에 대한 평가는 도산서원 창건으로 이어졌고, 1574년 봄에 건축이 시작되어 1575년 여름에 낙성되었다.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는 이황을 배향할 서원이 건축된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당시 으뜸 서예가 석봉 한호에게 도산서원 편액을 쓰게 했다. 1575년 낙성된 시점에 임금이 내린 편액(이를 사액서원이라고 한다)이 걸렸고, 이를 도산서원의 창건 시점으로 해석했다. 도산서원 창건과 사액 450돌을 의미 있게 기억해야 하는 까닭이다.
서예로 도산서원 450돌을 기리다
이번 전시는 도산서원이 낙성되고 편액이 걸린 여름에 맞추어 열리는 행사다. 이번 서예전에 참여한 현대 한국 대표적 서예가 51명은 한호가 쓴 ‘도산서원’ 편액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퇴계 이황 선생이 남긴 자작시, 후학들의 추모시, 조선 명사들의 도산 순례시 등 100여 편을 현대 서예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한 문학적 재현을 넘어 퇴계의 도학정신과 삶의 궤적을 서예를 통해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현대 서예작가들뿐만 아니라, 한호와 더불어 으뜸 서예가로도 이름을 날렸던 퇴계 이황의 친필 작품 역시 함께 걸린다. 퇴계로부터 시작되어, 퇴계의 삶과 퇴계를 노래한 사람들의 시를 서예 작품으로 그려내고 있다. 대구는 연경서원을 통해 퇴계학을 받아들였던 도시로, 이번 전시회는 그 역사를 반추해 보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은 “도산서원은 유교의 핵심 값어치를 서원운동을 통해 실현하려 했던 퇴계 선생의 도학적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이번 전시는 그 정신과 문학을 현대의 묵향으로 되살리는 인문예술적 시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