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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구름사다리

구름까지 이어줄 사다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은 '구름사다리'입니다.

‘구름사다리’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배곳(학교)의 뛰노는 마당이나 마을 놀이터에서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매달렸던, 아슬아슬한 놀이틀을 떠올리실 겁니다. 오늘은 우리의 어린 날과 오늘을 잇는 재미난 토박이말, ‘구름사다리’를 만나보려 합니다.

 

 

《고려대한국어사전》에서는 ‘구름사다리’의 첫 번째 뜻으로 ‘사다리 모양에 매달려 오고가도록 만든 놀이용 기구’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땅에 발이 닿지 않는 아슬아슬함을 즐기던 그 때, 그 쇠로 된 사다리가 왜 ‘구름사다리’였을까요? 아이들에게 그 사다리는 정말 구름에 닿을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칸 한 칸 나아갈 때마다 하늘과 가까워지는 느낌, 누리(세상)를 발아래 둔 듯한 뿌듯함이 그 이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사고 가운데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져서 생기는 것이 거의 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글을 보면 아찔했던 일이 떠오르는 것과 함께, 그만큼 씩씩했던 우리들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구름사다리’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아주 높은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만든 사닥다리’라는 뜻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높은 사다리’라고만 나와 있지요.

 

이사를 할 때에는 엄청 긴 구름사다리가 있는 사다리차를 불러야 한다.

요즘은 아주 긴 구름사다리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높은 집 여러 칸 위로 짐을 올리는 짐수레의 긴 사다리,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을 구해주는 불 끄는 수레의 사다리가 바로 이 ‘구름사다리’입니다. 짜장 이름 그대로 구름에 닿을 듯 아찔하게 높이 뻗어 있지요. '구름사다리'의 뜻이 '구름까지 이어줄 사다리'가 아닐까 싶을 만큼 말이죠.

 

어떤가요? 아이들의 꿈을 싣고 하늘로 뻗던 놀이터의 구름사다리와, 어른들의 살림을 싣고 하늘로 뻗는 짐 나르는 차의 구름사다리. 모습은 달라도 ‘구름에 닿으려는 마음’은 참으로 닮았습니다. 하나는 꿈을 좇는 사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삶을 좇는 사다리인 셈입니다. ‘구름사닥다리’라고도 부르는 이 말은 우리 겨레의 멋과 재미가 담뿍 담긴 아름다운 토박이말입니다.

 

우리는 이제 놀이터의 구름사다리를 건널 일은 없겠지만, 저마다의 삶에서 보이지 않는 구름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릴 적 꿈을 보며 뻗어 있던 그 사다리처럼, 오늘 우리는 저마다의 값진 꿈과 살림을 이루려고 보이지 않는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것이지요.

 

‘구름사다리’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어릴 적 씩씩했던 나와 오늘을 살아가는 씩씩한 나를 함께 토닥여주는 때를 가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