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중국 24 효자에 속하는 초나라 현인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살에 아이 옷을 입고 아이 같은 장난을 하여 부모를 즐겁게 했다는 노래자의 고사가 있다.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부모에게 아이가 되어 부모를 즐겁게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노래자들은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있어 왔는데 바로 ‘경수연(慶壽宴)'도 그 가운데 하나다. 7년 동안의 임진왜란이 끝나고 1605년 몇몇 대신들이 양로계를 만들어 살아계신 100살, 70살 이상의 노부모들을 위해 잔치 경수연을 열었다. 경수연은 참담한 전쟁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었기에 100살을 넘긴 노모가 살아계신 것은 나라를 위한 좋은 징조라 여기고, 선조는 궁중기관인 장악원과 조찬소를 통해 궁중음악과 음식을 선물하였고 자녀들은 부모의 장수를 기원하여 술과 절을 올리고 가마를 태워 부모님을 모셨던 잔치인 것이다.
경수연은 궁중에서 연 기로연(耆老宴)과 달리 민간에서 가족이 함께한 가족잔치로 민가에서 행해졌는데, 임금에 의한 사연(賜宴) 곧 나라에서 베푸는 잔치의 성격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에 민가에서 궁중음식을 맛보고 궁중악을 체험했던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유일한 행사다.
그 420년 전통의 경수연(慶壽宴) 가족잔치가 지난 9월 20일(토) 낮 1시부터 저녁 5시까지 경수연 보존회(대표 이광해) 주최로 서울 광화문 앞 ‘의정부터’에서 재현되었다.


행사는 먼저 경수연보존회 총감독 유혁상 씨의 사회로 사전행사가 진행되었는데 눈에 띈 것은 봉산사자탈춤과 미스심청이 선발대회였다. 봉산사자탈춤은 말뚝이로 분장하여 재담을 한 조재령 씨와 사자로 분장하고 사자춤을 춘 장석현ㆍ이솔민 씨가 관람객들 사이를 다니며, 관람객들에게 재미를 주었다. 또 6명이 출전한 미스심청이 선발대회에서는 우렁찬 목소리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한 박미호 어린이가 미스심청이 진이 되었다.
본 행사는 경수연 보존회 이광해 대표가 진행했는데 모두 네분의 어르신들이 무대에 오르고 가족이 함께해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헌상, 헌화, 배례, 헌수(부모님께 장수 술 따르기), 수연문 올리기 등을 이어갔으며, 과정 중간중간에는 가족이 부모님의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또 본 행사를 이어가는 동안 송서율창 이수자 이기연 명창의 송서율창 공연과 김진화 박희경 명무의 쌍춘앵전 그리고 승무ㆍ정가ㆍ대금산조ㆍ진도북춤 등의 공연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진행팀이 부모님들을 가마에 태우고 행사장을 빙 돌아오는 가마 행진이 대미를 장식했다.


행사가 이어지는 동안 행사장 곳곳에서는 자개공예 체험, 병풍만들기 체험 등의 여러 체험 행사를 벌여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경수연은 노인 고독사가 수만 명에 이르며,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인구감소 등으로 가족의 기능이 약화 되는 이 시대에 가족 구성원들이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가족잔치다.
광화문에 친구를 만나러 나왔다가 우연히 경수연 잔치를 보게 됐다는 이정희(67, 아현동) 씨는 ”효(孝) 관념이 희박해지는 요즈음 420년 전통의 경수연(慶壽宴) 가족잔치의 재현 모습을 보면서 옛 조상들의 지혜롭고 아름다운 가족사랑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렇게 훌륭한 가족 잔치가 있는 줄 알았으면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올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년에는 아이들을 꼭 데리고 와서 420년의 전통을 아이들과 함께 즐겨보고 싶다. 쉽지 않은 일일텐데 경수연 재현 잔치를 열어준 경수연 보존회에 큰 손뼉을 쳐 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