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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구름옷

구름 한 자락을 잘라 지은 옷?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 누리에서 가장 가볍고 아름다운 옷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 저마다 좋아하는  또는 아름답게 여기는 옷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온 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에 ‘구름옷’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옷’을 ‘구름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옷’이라고 풀이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가볍고 아름다운 옷을 하늘에 뜬 구름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조금 다르게 풀이를 해 놓았구요.

 

‘구름’과 ‘옷’이라는 두 낱말이 만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옷의 느낌을 넘어선, 아득하고 가물가물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자락을 잘라 지은 것처럼,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고 눈부시게 고운 옷을 바로 ‘구름옷’이라 부른 것입니다.

 

 

말집(사전)의 보기월을 보면 이 말이 ‘선녀’의 옷차림으로 그려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구름옷에 안개치마를 입은 선녀라도 보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표준국어대사전》

구름옷에 안개치마를 입은 선녀 하나가 고이 걸어 나오더니 양생에게 말을 걸었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보시다시피 '구름옷'은  ‘안개치마’라는 짝꿍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습니다. ‘구름으로 만든 저고리에 안개로 만든 치마’라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옷차림이 또 있을까요? ‘구름옷’은 이처럼 땅의 옷이 아닌, 하늘나라 사람이나 입을 법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옷을 가리키는 듯한 말입니다.

 

비록 우리가 선녀를 만날 수는 없겠지만, 이 아름다운 말을 우리 나날살이 속으로 가져와 쓸 수는 있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아이의 하얀 옷자락이 꼭 구름옷 같아 보였다.

겹겹이 고운 모시로 지은 한복의 맵시가 하늘에서 내려온 구름옷처럼 참으로 고왔다.

좋은 꿈을 꾼 날 아침에는 온몸에 구름옷이라도 입은 듯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이처럼 ‘구름옷’은 우리 나날살이의 느낌과 풍경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가락글(시) 속에서도 그 멋을 뽐내왔습니다.

신석정 님의 가락글(시) 「선녀」에는 이 말이 곱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비단결 구름옷을 곱게 차려입고 / 하늘에서 옥퉁소를 비껴 부는 선녀.

 

‘비단결’ 같은 ‘구름옷’이라고 하니, 그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구름옷에 안개치마’는 예로부터 선녀나 꿈결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그릴 때 빠지지 않고 쓰던 표현이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선녀는 아닐지라도, 살면서 마음이 구름처럼 가벼워지는 날, 가장 아름다운 옷을 보았을 때 ‘구름옷’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우리네 살림살이도 한결 몽글몽글 아름다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