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2 (목)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숙명여대 대학원 양금 앙상블 ‘스펙트라:금’ 선보여

서울남산국악당, 제21회 정기연주회
한국양금협회 윤은화 회장 후학 양성에 발벗고 나섰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023년 숙명여자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전통음악전공에 양금 전공이 신설되면서, 이 과정을 함께하게 된 대학원생들이 뜻을 모아 앙상블 스펙트라:금(Spectra:GEUM)을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 9월 30일 서울 남산국악당 해태홀에서 데뷔 무대를 열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스펙트라:금은 ‘스펙트럼(Spectra)’의 다채로움과 전통 현악기 ‘금(琴, GEUM)’을 결합한 이름으로, 전통음악의 색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젊은 국악 앙상블이다. 단원는 고현영(타악, 양금), 김수연(가야금, 양금), 김채운(가야금, 양금), 박주화(작곡, 양금), 신자빈(가야금, 양금), 임은별(기획, 양금)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금을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실험적 음악을 선보였다.

 

이번 데뷔 무대는 숙명여자대학교 전통음악전공 주임교수 송혜진 교수의 제안과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성사되었으며, 국내 양금 분야를 대표하는 연주자이자 학자, 창작자로 활동하는 윤은화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전반적인 기획과 작·편곡을 주도했다. 윤 교수는 양금의 전통적 뿌리를 연구하면서도 현대적 가능성을 개척해온 선구적 인물로, 이번 공연을 통해 양금이 지닌 정체성과 확장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무대는 〈고요한 떨림〉으로 시작되었다. 전통양금 특유의 ‘찰찰거림’을 전면에 내세운 이 곡은 네 대의 양금과 타악기가 서로의 숨결을 주고받으며 섬세한 떨림과 여운을 한 폭의 서정적 풍경처럼 그려냈다. 이어진 윤은화 교수가 전통 합주곡 ‘천년만세’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신천년만세〉를 임은별이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순간의 긴장과 품격을 동시에 전해주었다.

 

 

 

 

공연의 중반부는 보다 역동적이었다. 〈블랙홀 I 미지의 세계〉에서 양금과 전통악기는 리드미컬한 장단 위에서 격렬하게 교차하며 미지의 영역으로 관객을 끌어들였고, 〈바람이 머문 자리〉는 서도 민요 〈몽금포타령〉을 재구성하여 양금, 아쟁, 가야금, 해금이 서로를 감싸 안듯 울림을 주고받으며, 바람의 흔적 같은 여운을 남겼다. 이후 무대는 점차 고조되었다. 스펙트라:금의 멤버인 박주화가 작곡한 〈양금과 가야금을 위한 ‘몰이’〉는 설장구 가락을 토대로 긴장과 해방을 반복하며 몰아치는 구조를 통해 두 악기의 개성이 격렬히 부딪히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양금등록초본〉이었다. 이 곡은 ‘양금의 주민등록증’이라 불릴 만큼 포괄적인 작품으로, 양금의 기원부터 궁중음악과 산조, 그리고 현대적 해석까지 그 궤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악기의 정체성과 예술적 깊이를 새삼 일깨웠다. 이날 공연에서 만난 송혜진 교수는 “양금의 모든 것을 드러낸 음악이다. 우리의 삶이 ‘주민등록초본’으로 시작하듯 서양에서 들어온 양금이 우리나라에서 정착되고 우리의 악기로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공연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양금시나위〉는 무속 장단과 남도 선율, 그리고 개량양금의 화려한 기교가 결합하여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휘감으며 절정을 완성했다. 그동안 많은 공연에서 〈양금시나위〉가 ‘이게 양금이다’를 만천하에 드러내왔는데 이날 공연도 역시나를 보여준 분명한 공연이었다.

 

스펙트라:금의 창단 연주는 단순한 데뷔 무대를 넘어, 양금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한 자리에서 체험하게 하는 자리였다. 관객들은 낯설면서도 생생한 울림에 매료되었고, 공연 종료 후에도 이어진 장기적인 박수와 환호는 현장의 열광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호응을 넘어, 스펙트라:금이 양금 앙상블의 예술적 가능성을 입증하고 대중적 확신을 만들어낸 무대였음을 방증했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숙명여대 동문 강은희(48) 씨는 “오늘 공연을 보고 양금이 머지않아 국악의 주류 악기로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고, 숙명여대를 졸업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오늘 공연에서 양금과 25현 가야금 그리고 해금의 신비스러운 앙상블은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공연을 본 차정연(53) 씨는 “숙명여대가 양금 전공자를 육성하고 앙상블을 창단하고 공연하는데 한국양금협회 윤은화 회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윤 회장은 나라 안팎에서 공연을 하면서도 이렇게 후학들을 길러내는데 힘을 쏟고 있음을 보여준 오늘 공연은 참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