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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열구름

흘러가듯 지나가는 나그네 구름, 열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파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구름을 본 적 있으신가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그 모습을 보면, 문득 우리네 삶도 저 구름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이 구름의 덧없는 발걸음을 담은 말, '열구름'입니다.

 

'열구름'을 말집(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아주 짧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구름.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말집 모두 똑같이 '지나가는 구름'이라고 풀이합니다. 뭉게구름이나 새털구름처럼 어떤 '모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흘러가며 지나가는 구름의 '움직임'과 '됨됨(성질)'에 마음을 둔 말이지요. 한자말로는 '다닐 행(行)' 자에 '구름 운(雲)' 자를 써서 '행운(行雲)'이라고도 하는데, '열구름'이라는 우리말이 훨씬 더 깊은 맛을 냅니다.

 

'열구름'이라는 이름을 처음 보신 분들은 어떤 것을 떠올리셨을까요? 아홉 다음 열(10), 줄을 설 때 쓰는 열(列), 뜨거움 또는 더움을 나타내는 열(熱)을 떠올리신 분도 계시지 싶습니다. 하지만 '열구름'의 '열'은 열(10)도 아니고, 열(列)도 아니고, 열(熱)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온 말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그 말밑을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여-[<녀다<월석>]+-ㄹ+구름'

 

이 풀이를 알기 쉽게 풀어드리면 이렇습니다. 옛날 우리말에 '녀다' 또는 '니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 말은 '가다' 또는 '지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지요. 때새(시간)이 흐르면서 '녀다'는 '여다'로 바뀌었고, 여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나타내거나 꾸며주는 말인 '-ㄹ'이 붙어 '열'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열구름'은 곧 '(지나)갈 구름', '가는 구름'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 셈입니다. 한곳에 붙박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나는 '나그네 구름'이라는 뜻이지요.

 

'열구름'은 눈에 보이는 바람빛(풍경)을 나타낼 때도 쓰이지만, 덧없이 지나가는 누리(세상)일을 빗대어 말할 때 더욱 큰 울림을 줍니다.

바람이 세차게 부니 하늘의 열구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가네요.

들판에 누워 하늘을 보니, 흘러가는 열구름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세요. 오늘의 걱정도 다 지나가는 열구름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것을 붙잡으려 애쓰곤 합니다. 하지만 하늘의 '열구름'을 보며 깨닫습니다.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기에 구름은 썩지 않고, 지나가기에 하늘은 다시 새로운 낯빛(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요.

 

힘든 일이 있어도, 또는 너무 좋은 일이 있어도 그것이 끝이 있음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열구름'임을 떠올린다면 우리 마음이 한결 가볍워지지 않을까요?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곁에 있는 이에게 "우리네 걱정도 저 열구름처럼 훌훌 날려 보내자"고 다독여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