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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토막구름

비바람이 토막 낸 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떠들썩하게 비가 쏟아지고 난 뒤, 혹은 펑펑 눈이 내리기 바로 앞의 하늘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온 하늘을 덮었던 시커먼 먹구름이 거친 바람에 뜯겨나가, 이리저리 찢긴 채 어지럽게 떠가는 모습. 예쁜 조각이 아니라 어딘가 거칠고 볼품없이 잘려 나간 듯한 구름.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궂은 날씨가 남기고 간 거친 숨결 같은 구름, '토막구름'입니다.

 

'토막구름'은 이름에서부터 뚝뚝 끊어진 느낌이 듭니다. '토막'은 "크게 덩어리진 물건이 잘라졌을 때의 그 짤막한 부분"을 뜻하는 말이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난층운이나 적란운이 조각난 것. 흔히 비나 눈이 내리는 전후에 나타난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나오는 어려운 한자말을 우리 토박이말로 풀어보면 그 모습이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난층운(비구름/안개구름)'이나 '적란운(쌘비구름/소나기구름)'은 모두 비나 눈을 잔뜩 머금은 크고 두꺼운 구름들입니다. 그러니까 '토막구름'은 비나 눈을 뿌리는 큰 구름 덩어리가 거친 바람에 찢어지거나, 비를 다 뿌리고 흩어지면서 '토막토막' 끊어져 나간 구름을 가리킵니다.

 

 

앞서 만난 '조각구름'이 맑은 날 파란 하늘에 예쁘게 떠 있는 종이 조각 같다면, '토막구름'은 흐린 날 거친 비바람에 찢겨 나간 천 조각처럼 어둡고 너덜너덜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이 구름을 갈말(학술용어)로는 '편난운'이라고 합니다. '조각 편(片)' 자에 '어지러울 란(亂)' 자를 쓰는데, '어지럽게 흩어진 조각 구름'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편난운'이라는 어려운 말보다,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간 모양을 있는 그대로 살린 '토막구름'이라는 토박이말이 훨씬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말입니다.

 

'토막구름'은 날씨가 궂을 때, 비나 눈이 오기 앞이나 그친 뒤에 하늘을 보면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나날살이에서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겠습니다.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에 토막구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어요. 

하늘이 잔뜩 흐린데 낮게 뜬 토막구름이 으스스하게 몰려다니네요. 곧 큰 눈이 쏟아지겠어요.

맑은 날 뜨는 건 '조각구름'이고, 비 올 때 저렇게 너덜너덜하게 뜨는 건 '토막구름'이라고 한대.

 

'토막구름'은 비바람에 찢기고 잘려 나간 토막 같은 구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거센 비바람이 이제 지나가고 있음을, 또는 하늘이 사납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네 마음에도 가끔은 비바람이 몰아쳐 갈기갈기 찢긴 '토막구름' 같은 때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구름이 걷히고 나면 하늘은 다시 맑게 개듯이, 우리 마음의 토막 들도 때새(시간)가 지나면 맑은 햇살 아래 녹아들 것입니다.

 

언젠가 궂은 하늘 아래에서 거칠게 흘러가는 '토막구름'을 보시거든 곁에 있는 이에게 "저렇게 토막난 구름을 토막구름이라고 한대."라고 말해 줘 보세요. 그리고 힘들어 하는 곁엣사람에게 "마음의 토막구름도 곧 걷힐 거야"라고 따뜻하게 달래는 말을 건네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