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내에서 한국과 관련된 소식을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소식지를 꼽는다면 <시민이 만드는 일본·코리아 교류 역사박물관인 고려박물관, 아래 ‘고려박물관’>에서 만드는 회보 <高麗博物館>(72호, 2025. 11)를 꼽을 수 있다.
‘한국과 관련된 소식’이라고 했지만, 고려박물관의 회보 <高麗博物館>은 단순한 한국관련 소식지가 아니다. 컬러판 16쪽짜리 이 소식지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하나같이 한일 사이 깊은 역사성이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고려박물관은 1990년 9월,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高麗博物館をつくる会)’을 결성한 지 올해로 3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회보 <高麗博物館>은 회원인 마츠자키 에미코 씨가 보내오고 있는데 이번 호(72호, 2025. 11)는 지난 12월 15일, 마츠자키 씨가 직접 서울을 방문하여 전해주고 갔다.
회보를 보니, 올 한 해도 고려박물관 회원들이 치열하게 활동한 모습이 눈에 띈다. 2025년 한해 여러 건의 기획전시가 있었지만, 특히 이 가운데 괄목할 만한 전시를 꼽는다면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는가(なぜ「朝鮮人」が戦犯になったのか?>를 들 수 있다. 이번 회보에 6쪽~9쪽에 걸쳐 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는가, 아래 ‘조선인전범 전시’>는 지난 5월 7일부터 시작하여 9월 28일까지 무려 3개월 20일이라는 기간 동안 이어졌다. 특히 조선인전범 전시 기간에 5회에 걸친 강연회가 있었는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회(5월 24일): 우치미 아이코 (内海 愛子) 교수의 <전쟁 재판은 식민지 지배를 어떻게 재판했는가: 조선인 BC급 전범부터 생각해 본다.>
*제2회(6월 14일): 고시오 카이헤이(小塩海平) 교수의 <조선인 포로감시원이 동원된 일란전쟁(日蘭戦争, 일본과 네덜란드 전쟁)을 생각한다.>
*제3회(7월 12일): 강수일 등(전범자 이학래의 조카) <전범자 이학래 씨가 지속적으로 호소한 것>
*제4회(9월 6일): 다구치 히로시( 田口裕史) 씨의 <국가보상 등 청구 재판, 입법 운동, 그리고 현재 묻고자 하는 것>
*제5회(9월 20일): 가마쿠라 히데야(鎌倉英也) 씨의 <조문상(趙文相)과 이학래(李鶴来)의 부조리와 차별의 현재>
고려박물관에서 다룬 기획전시 <조선인 전범> 속의 주인공들 운명은 기구했다. 1941년 12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동남아시아 전선에서 승리를 거듭하자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십만 명에 이르는 연합군 포로를 감시하기 위해 조선인 청년들(3,012명)을 동원했다. 이들 중 3,000여 명이 동남아시아 등지의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배치되어 포로 감시 업무를 맡았는데 1945년, 일본 패전 뒤, 연합국은 포로 학대 및 살해 혐의로 재판을 열었다.
이학래(李鶴来) 씨도 포로감시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가 배치된 태국에서 일본군은 충분한 식량ㆍ의약품ㆍ의복도 지급하지 않은 채 포로들에게 혹독한 노동을 강요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로 알려진 태면철도(제2차 세계 대전 중 일본 제국 육군이 군수 물자 수송을 위해 태국-泰-과 버마-緬-현재의 미얀마를 연결하여 건설한 약 415km 길이의 철도)는 건설 과정에서 가혹한 노동 환경과 높은 사망률로 인해 '죽음의 철도(Death Railway)'라고 불렸다.
전쟁이 끝난 뒤 ‘ BㆍC급전범(戰犯)’으로 몰렸던 조선인 포로감시원 129명은 연합군의 전범재판에서 포로 학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가운데 14명은 사형판결을 받았다. 전남 보성 출신인 이학래 (포로감시원 당시 17살, 2021년 3월 28일 96살로 세상 뜸) 씨는 포로감시원 출신으로 감형되어 죽음은 면했지만 죽음보다 더 길고 긴 모진 세월을 감내하며 살아야 했다.
회보 <高麗博物館>(72호,2025.11)에는 이 밖에도,
*전후 운운이라 할 수 없는 죽은 총리(戦後云々とは言えない亡き首相)
*고려박물관 이벤트 <봉선화IV> 큰 기쁨과 감사 속에 무사종료 (高麗博物館イベント「ほうせん花IV」大きな喜びと感謝に包まれて無事終了)
*기획전 '식민주의 2025' 오프닝 세레모니 보고 기획전(企画展「植民地主義2025」オープニングセレモニー報告)
* ‘식민주의 2025' 세대 넘어 새로운 전시 도전 기획전( 企画展 <植民地主義2025>世代を超えて、新しい展示へ挑戦を)
*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나' 중간보고(企画展 <なぜ 『朝鮮人』が戦犯になったのか>中間報告)
*재일연속강좌 개최로 막걸리라는 이름의 생업과 저항 이행리 씨(在日連続講座を開催して<マッコリという名の生業と抵抗> 李杏理さん)
*릴레이 에세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밑 빠진 사회에서 각자의 삶을 엮는다(リレーエッセイ いま私が思うこと <底が抜けた社会でそれぞれの生を編む>
* 고려박물관과 나 제33회 '나와 한반도를 연결해 주었다’(高麗博物館とわたし第33回 「自分と朝鮮半島を繋げてくれた)
*102번째 관동대지진 미니 전시를 마치고(102年目の関東大震災ミニ展示を終えて)
*2026년, 앞으로의 기획전시 예정(これからの企画展示の予定)
*전 이사장 야마다 사다오 씨를 추모하며, 누구나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元理事長山田貞夫さんを偲んで誰もが主体的に活動することを目指して)
*신간소개, 추천영화소개 연구회ㆍ학습회 등이 실려 있다.
회보 차례에서 보듯이 고려박물관은 하나같이 한일 사이 역사 속에서 소중히 다뤄야 하는 문제들을 골라 기획전시로, 강연으로 또는 연극으로 꾸며 ‘침묵하는 일본사회에 문제 제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2025년 한 해가 저무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지만 고려박물관에서는 벌써 2026년 새해의 기획전시를 예고한다.
2026년 4월부터 6월까지는 <그림으로 보는 조선통신사>가 전시될 예정이며, 이 전시가 끝나면 그림으로 이해하는 이웃나라(파트4)편으로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권정생의 동화 세계(가제)’도 기획전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026년 새해에도 한일 사이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 고려박물관 회원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기획전의 성공을 빈다.
【일본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은 어떤 곳인가?】
1. 고려박물관은 일본과 코리아(한국ㆍ조선)의 유구한 교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 시하며,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우호를 돈독히 하는 것을 지향한다.
2. 고려박물관은 히데요시의 두 번에 걸친 침략과 근대 식민지 시대의 과오를 반성하며 역사 적 사실을 직시하여 일본과 코리아의 화해를 지향한다.
3. 고려박물관은 재일 코리안의 생활과 권리 확립에 노력하며 재일 코리언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전하며 민족 차별 없는 공생사회의 실현을 지향한다."라는 목표로 설립한 고려박 물관은 (당시 이사장 무라노 시게루) 1990년 9월,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高麗博物館 をつくる会)>을 만들어 활동해온 순수한 시민단체로 올해(2024) 34년을 맞이한다.
고려박물관은 양심있는 일본 시민들이 만든 순수 민간단체로 전국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자원봉사자들의 봉사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관련 각종 기획전시, 상설전시, 강연, 한글강좌, 문화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박물관 찾아 가는 길★
JR 야마노테선(山手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내려 쇼쿠안도오리(職安通)
한국 '광장' 수퍼 건너편 광장 건물 7층
*전화:도쿄 03-5272-3510 (한국어 대응이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