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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날씨,금방이라도 눈이 올 듯 끄느름하네요

[오늘 토박이말]끄느름하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의 날씨를 보니 온 나라가 대체로 맑지만, 충청과 호남, 제주 하늘빛이 밝지 않다고 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이 날릴 수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는 흔히 이런 날씨를 보고 "날이 흐리다"거나 "우중충하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빗방울을 잔뜩 머금어 무겁게 내려앉은 저 하늘을 그저 '흐리다'는 납작한 말로 나타내기엔, 그 안에 담긴 긴장감과 분위기가 다 담기지 않아 아쉽습니다.

 

이럴 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쓰시던 말 '끄느름하다'를 꺼내 봅니다.

 

 

'끄느름하다'는 '날이 흐리어 어둠침침하다'는 뜻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말이 품고 있는 '기다림'의 정서입니다. '흐림'이 멈춰 있는 상태라면, '끄느름함'은 하늘이 참다 참다 곧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 바로 앞의 아슬아슬한 순간을 붙든 말입니다. 또한 이 말에는 '햇볕, 장작불 따위가 약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구름 사이로 힘없이 비치는 옅은 햇살을 볼 때도 쓸 수 있고, 잘 타지 않는 장작불을 볼 때도 쓸 수 있지요.

 

오늘 창밖이 끄느름하다면, 그것은 하늘이 찌푸린 게 아니라 땅을 적시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쨍한 햇살 아래서는 보이지 않던 차분한 풍경들이 끄느름한 날씨 덕분에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도 하니까요.

 

오늘, 날씨 탓에 기분이 처쳐 보이는 친구가 있다면 이렇게 문자를 보내보세요.

 

"창밖이 꽤 끄느름하지?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쏟아질 것 같아 운치 있네. 이런 날은 따뜻한 커피가 딱인데, 나랑 한 잔 할래?"

 

잔뜩 찌푸린 하늘조차 낭만으로 바꾸는 힘, 날씨 앱에는 없는 우리말의 힘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끄느름하다 [형용사]

1) 날이 흐리어 어둠침침하다

2) 햇볕이나 장작불 따위가 약하다.

 

[여러분을 위한 덤]

글을 쓸 때, "날씨가 흐려 기분이 우울했다" 같은 뻔한 표현 대신 이렇게 써보세요.

"오후 들어 하늘이 끄느름해지더니, 낮게 깔린 회색 구름 사이로 힘없는 볕이 들이쳤다.."

글을 읽는 순간, 코끝에 닿는 차가운 공기와 묵직한 하늘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