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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억울한 재앙

[정운복의 아침시평 29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알 수 없는 까닭으로 성문에 불이 났습니다.

문지기는 놀라 ‘불이야!’를 외쳤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마을은 갑자기 아수라장이 됩니다.

 

백성들은 양동이와 대야를 들고 모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작은 연못이 성문가에 있었다는 것이지요.

두어 시간 물을 퍼서 성문에 끼얹고 나서야 큰불이 잡혔습니다.

 

문제는 불을 끄고 나니 연못이 바닥을 드러나게 되었고

그 속에 살고 있던 물고기가 애꿎은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지요.

물고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것을 ‘성문실화 앙급지어(城門失火 殃及池魚)’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직접적인 원인과 상관없이

뜻밖의 재난이나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불이 난 것은 성문이고, 불을 끄는 데 사용된 물은 연못의 것이었지만,

그 불똥은 전혀 무관한 연못 속 물고기에게 튀어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물고기는 불을 낸 것도, 불을 끄는 데 물을 쓰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누군가의 실수나 판단 착오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 사회 전체의 문제나 갈등이 애꿎은 약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도 합니다. 물고기처럼 우리는 때때로 남이 벌인 일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그 여파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문의 불을 끄기 위해 연못의 물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보는 존재는 없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모든 이의 안전과 평화가 다른 이의 희생 위에서 얻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임을 이 짧은 이야기가 일깨워줍니다.

 

무고한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성문실화 앙급지어’는 조용히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