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뿌연 하늘 아래, 당신에게 건네는 '한 모숨'의 숨결
봄으로 달려가는 들봄달 2월의 설렘을 시샘하듯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득 채울 거라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대기 정체', '미세먼지 농도' 같은 딱딱한 한자어들이 가득하겠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맑은 공기 한 자락입니다. 이런 날, 여러분의 답답한 가슴을 조금이나마 틔워줄 수 있는 소중한 우리말 하나를 꺼내 봅니다. 바로 '모숨'입니다.
손끝에 닿는 가장 따뜻한 하나치(단위)
'모숨'은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아주 적고 가느다란 뭉치를 뜻하는 말입니다.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이 말이 얼마나 정겨운 풍경 속에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세 가닥으로 모숨을 고르게 갈라 곱게 머리를 땋아 내려”가던 다정한 손길 속에 모숨이 있고, 고된 일을 마친 “일꾼들에게 담배 두어 모숨을 나누어주던” 넉넉한 인심 속에도 모숨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넘쳐나고 거창해야 대접받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공기가 탁해 숨쉬기조차 버거운 날엔, 그 어떤 말보다 내 코끝을 스치는 '한 모숨'의 싱그러운 풀 내음이 더 간절해집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내 손가락 사이로 만져지는 가장 작고 확실한 생명의 하나치가 바로 '모숨'인 것입니다.

가장 작기에 가장 소중한 것들
'모숨'이라는 말은 비단 물건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아주 작고 사소한 마음의 조각들에도 붙일 수 있습니다.
"한 모숨의 햇살"
"한 모숨의 희망"
"한 모숨의 여유"
뿌연 미세먼지 때문에 세상이 흐릿하게 보일지라도, 우리 마음마저 흐려지게 둘 수는 없습니다. 비록 온 세상을 단번에 맑게 바꿀 수는 없어도, 지금 당장 내 마음의 창을 열어 '한 모숨'의 맑은 생각을 채워 넣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모숨'은 무엇인가요?
값비싼 공기청정기가 돌아가는 방 안에서도 마음이 답답하다면, 잠시 눈을 감고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거나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을 읽어보세요. 그때 여러분의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그 기분 좋은 울림이 바로 마음의 '한 모숨' 공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잿빛 하늘에 속상해하기보다, 그 속에서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는 작은 풀잎 한 모숨을 발견하는 날들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삶 구석구석에 맑고 깨끗한 행복이 한 모숨씩 차오르기를 마음 다해 바라고 빕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 당신만의 '행복 한 모숨'을 나눠주세요
아주 작아서 평소엔 그냥 지나쳤지만, 오늘따라 유독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나요?
아이의 머리카락을 고르게 갈라 땋아줄 때 느껴지는 온기 한 모숨
지친 친구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모숨
퇴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모숨
여러분의 마음을 채워준 '한 모숨'은 무엇인가요? "나에게 오늘 [ ] 은/는 한 모숨의 선물이었다"라고 짧게 적어보세요. 여러분의 작은 적바림들이 모여,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할 커다란 숲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모숨
1.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분량의 길고 가느다란 물건.
(보기) 세 가닥으로 모숨을 고르게 갈라 곱게 머리를 땋아 내려갔다. (송기숙, 녹두 장군)
2. 길고 가느다란 물건의 수량을 세는 단위.
(보기) 동근이는 담배 두어 모숨을 일꾼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한 줄 생각]
세상을 다 바꿀 순 없어도, 내 마음 한 모숨은 맑게 채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