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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결을 따라 피어나는 다정함

스치듯 닿는 것들 속에 담긴 삶의 깊이
[오늘의 토박이말]살갑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꽃샘잎샘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어느덧 짙어진 봄기운이 땅의 틈새마다 삶의 숨결이 차오르는 요즘입니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온 탓에, 세상이 건네는 다정한 손길 하나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곤 하지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물과 사람들 사이에는, 사실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살가운 온기가 가득합니다. 오늘은 닿는 것마다 정겨운 숨결을 불어넣는 우리말, '살갑다'를 통해 우리 삶의 결을 다시금 톺아보려 합니다.

 

'살갑다'는 참으로 여러 가지 낯빛을 지닌 낱말입니다. 먼저 마음씨가 부드럽고 상냥할 때 우리는 이 말을 씁니다. 살가운 정을 나누는 사이란, 상대의 허물을 탓하기보다 그 마음의 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깊이에서 피어납니다. 또한 물리적으로 닿는 느낌이 가볍고 부드러울 때도 살갑다고 말합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뺨을 스치듯, 그 촉감이 마음에 닿을 때 우리는 비로소 평온을 느낍니다.

 

때로는 오랫동안 머문 집이나 물건처럼, 정이 듬뿍 든 대상에게도 이 말을 건넵니다. 더 나아가 속이 너르고 넉넉한 대상에게도 쓰이니, 결국 살갑다는 것은 바깥의 차가움을 이겨내고 내면의 따스함을 밖으로 길어 올리는 모든 정성을 뜻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루 다 셀 수 없는 물건들과 인연을 쌓아갑니다. 하지만 바쁜 나날 속에서 그 관계의 속살을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살가운 정을 느끼기보다 벽을 세우고, 오래 정든 물건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며 서둘러 떠나보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번 멈춰 서서 가만히 살펴보십시오. 비록 곱고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우리의 삶을 묵묵히 받쳐온 것들은 저마다의 살가운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비난과 다그침을 잠시 거두고, 나를 둘러싼 사람과 사물을 조금 더 살갑게 마주할 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에게 더 너른 속내를 내어줄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오늘 하루, 정든 물건을 평소보다 조금 더 다정하게 닦아보거나 아껴주는 것은 어떨까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닿는 느낌을 살피며 따뜻한 눈길을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기억 속에 가장 살갑게 남아있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또 살가운 정을 나누었던 누군가와의 짧은 순간이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들려주세요.

 

[오늘의 토박이말]

 ▶ 살갑다

    뜻: 1. 집이나 세간 따위가 겉으로 보기보다는 속이 너르다.

         2. 마음씨가 부드럽고 상냥하다.

         3. 닿는 느낌 같은 것이 가볍고 부드럽다.

         4. 물건 따위에 정이 들다.

    보기: 비록 낡은 집이었지만, 살갑게 정이 든 탓에 떠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 줄 생각]

세상을 바꾸는 힘은 날카로운 잣대가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살가운 온기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