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눈깜짝할 사이에 답을 건네는 지은슬기(인공지능)과 눈길을 사로잡는 짧은 움직그림들이 넘쳐나는 요즘, 우리는 저도 모르게 '빠름'이라는 홀림에 빠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보다 앞서지 못하면 뒤처질 것 같다는 마음졸임에 쫓겨 설익은 열매들을 서둘러 거두느라 스스로를 들볶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서두르지 않아도 철은 어김없이 바뀌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그 고요한 흐름 속에서 저마다의 빠르기로 부지런히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조급한 발걸음들을 잠시 멈추고 내 삶의 소중한 조각들을 가만히 붙잡아둘 낱말 하나를 꺼내 봅니다. 바로 '적바림'입니다.
본디 '적바림'은 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 두는 일, 또는 그 기록을 뜻합니다. 이는 대단한 외침이나 시끌벅쩍한 소문 없이도 세상의 밑바탕을 바꾸어 놓는 '시나브로'의 힘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한 번의 투자로 큰 부자가 되거나 짧은 공부로 실력이 부쩍 늘기를 바라며 '한 방'이라는 끝에만 목을 매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삶의 무르익음은 그렇게 벼락처럼 찾아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깨달음이 시나브로 쌓여 커다란 흐름을 만들듯, 오늘 내가 읽은 글 한 줄과 마음속에 머문 느낌 하나를 공들여 적바림하는 몸짓이 모여 끝내 '나'라는 사람의 됨됨이를 이룹니다.
남의 실수나 작은 잘못을 이 잡듯 뒤져서 세상에 까발리는 서글픈 바람빛에 휩쓸리기보다는, 마음 속을 꼼꼼히 살피는 살가운 빗질에 마음을 모아 보십시오. 남의 허물을 뒤지는 날카로운 눈길을 거두고, 내 마음 밭을 샅샅이 훑어내어 얻은 예쁜 깨달음들을 소중히 적바림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멈춰 있는 것 같아도 밤새 시나브로 내리는 봄비가 새싹들을 깨우듯, 되풀이되는 나날들을 적바림하여 가슴에 적셔두는 사람은 끝내 자신만의 단단한 길을 만드는 법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오늘은 남의 이야기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잠시 눈을 돌려, 오직 '나'를 위한 '적바림'을 시작해 보는 날입니다. 대단한 기록이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 여러분의 마음에 스며든 작지만 뚜렷한 바뀜 하나를 짧게 남겨보세요.
"오늘 처음 마주한 풍경의 빛깔이 참 고와서 적바림해 두었습니다"라고 적거나, "나를 다독여준 동무의 말 한마디를 잊지 않으려 적바림했습니다"라고 남겨두는 식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손끝에서 태어나길 기다리는 오늘의 값진 조각은 무엇인가요? 남들이 다 하는 익숙한 길을 쫓기보다 여러분만의 낯선 설렘과 깨달음을 적바림하며 세상을 더 멋지게 가꾸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적바림
뜻: 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 두는 일. 또는 그런 기록.
보기: 잊어버리지 않도록 수첩에 요점만 적바림을 해 두었습니다.
[한 줄 생각]
바람에 날아갈 마음을 글로 붙잡아두는 적바림은, 나를 잃지 않게 하는 고요한 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