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어젯밤 경기도 소사에 도착하기 전이었다. 엄청난 기러기 떼가 서쪽에서 북쪽으로 낮게 날았다. 밤에 기러기 소리에 종종 잠을 깼다. 오늘은 꽤꽥거리는 기러기 소리가 더욱 잦다. 정말 많은 기러기가 주변을 날아다닌다. 조선인들은 기러기를 건드리거나 잡아먹지 않는다. 대신에 기러기를 잡아 집을 지키는 용도로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안성장에 갔다. 규모가 매우 컸다. 족히 4천 명은 될 법한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군중이 나를 보러 밀려든다. 북새통 속에서 한 소년이 넘어지며 감을 떨어뜨린다. 순식간에 등을 밟히고 진흙탕에 머리를 쳐박힌다. 사람들에 에워싸인 나는 앞을 볼 수 없다. 내게 적개심을 보이거나 쏘아보는 기색은 없지만 무례한 호기심은 놀랍다. ‘’쉿”, “제미”라고 외치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천태만상 호기심 어린 얼굴들이 보인다. 사진을 찍어두고 싶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고 무례하여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내 일꾼들이 몽둥이질을 해댄다. 소년을 후려치기도 하고 갓을 잡아채기도 한다. 나는 악당 같은 그들의 행동을 막느라고 힘들었다.
10시 42분 가까스로 장터를 벗어났다.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안성의 상품들은 갖가지 곡물, 해초, 염장 생선, 감, 밤, 장작, 담배설대(담배통과 물부리 사이에 끼워 맞추는 가는 대), 가죽, 주걱, 냄비, 물통, 면직물, 도자기, 소, 약초, 돗자리, 가마니, 그리고 쟁반 등이었다.
5시 34분 천안 삼거리 주막에 도착하다.
오늘 화장실을 쓰지 못했다. 찾아내지도 못했다. 하루 내내 많은 사람들이 내게 몰려들었다. 마치 내가 외계인처럼 엄청난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힘든 여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