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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포크의 공주 여행

1884년 11월 4일 여행일기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79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지난밤의 천안 주막은 크고 깨끗한 편이었다. 오늘 아침은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끼었다. 주막 주위에 거위들이 어슬렁거린다. 8시 17분 주막을 출발하여 남쪽으로 향하다. 9시 8분에 휴식. 남쪽으로 작은 계곡이 흐른다. 주위는 구릉이 달리고 있는 첩첩산중이다. 남쪽으로 향하는 행인들이 꽤 많다. 짐꾼들이 동물과 쌀, 담뱃대 그리고 상자를 지고 가고 있다. 주막들에서 많은 양의 놋쇠 그릇이 보인다. 행인도 많고 마을도 많다.

 

 

10시 4분 주막 출발. 남쪽으로 향하다가 약간 서쪽으로 틀었는데 감탄할 만하게 경작이 잘 된 지역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논이다. 배수로도 완벽하다. 버려진 땅은 한 뙈기도 없다.

 

길을 따라 연달아 고을과 마을이 나타난다. 덕평 주막이라는 곳은 주위엔 관목이 우거져 있고 산악지역의 분위기가 풍긴다. 11시 16분 마을 언저리에서 휴식을 취하다. 11시 45분 주막이 있는 원토 마을 서쪽 끝에서 쉬었다. 조선에서 다랑이논을 처음 보다. 어떤 곳은 180m~270m까지 올라갔다. 조선의 서쪽 지형은 토양이 쉬이 씻겨 내려가 경작하기 어려운데 이곳은 그와 달라 이처럼 계단식 경작이 가능하다. 오던 중 오른쪽 벼랑의 바위 속 녹색 유황에서 구리의 증거들을 보았다(버나도우*를 위한 정보). 이 근방은 바위가 더욱 많다.

 

길 바깥으로 오래 방치된 듯한 당집(Tangchip) 돌무더기를 한두 번 보았다. 서낭당을 조사해 보면 광물학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서낭당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는 먼 곳들로부터 옮겨 온 돌이기 때문이다.

 

11시 52분 출발. 12시 8분 고갯마루 기압은 29.95. 온도는 화씨 63도. 12시 28분 산 아래에 이르다. 분지에 30~40채의 집이 흩어져 있는 마을이 있다. 남쪽으로 계속 나아간다. 가파른 언덕 위까지 경작이 매우 잘 되어 있다.

 

낮 1시 3분 계곡물을 건너(여기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져 흐른다), 광정(Kwangjong, 廣程: 현재 충남 공주시 정안면 정안리에 있는 역 마을)으로 들어선다. 공주의 ‘광정 (Kwangjong)’은 위에 적은 고갯마루에서부터 나 있는 계곡의 이름이다.

 

길은 몹시 좁았다. 오늘 나는 철제 선정비를 몇 개 보았다. 비의 윗 부분과 가장자리에 장식이 되어 있다. 언덕엔 풀이 많았고 나무는 매우 드물다. 들판은 일본의 들보다 더 넓다. 이 지역은 일본 비슷한 지역의 어떤 들판보다 더 정연하고 좋았다. 오늘 당집 돌무더기가 무척 많았다. 더러는 모양이 썩 말쑥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돌을 쌓아 올려 오두막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 안에 돌 하나가 명판처럼 세워져 있다. 방금 지나온 산은 무성산이다.

 

이곳은 천안삼거리로부터 50리 거리이다. 2시 30분 출발. 계곡은 방향을 남쪽의 약간 동쪽으로 틀고 우리는 남남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지역은 논이 드물고 전체적으로 황량하다. 집이 거의 없고 담배밭이 좀 보인다.

 

4시 7분에 휴식. 마을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고 개울은 더 커진다. 주위는 첩첩이 구릉이고 산이다. 서쪽으로 화강암 능선이 남북으로 뻗어 나간다. 주변에 소나무 숲이 군데군데 보인다. 모란(Muran)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공주까지는 20리 거리다. 여기에는 내가 여태껏 본 중에서 가장 깨끗한 주막들이 줄지어 있다. 모란 주막에서 4시 12분 출발.

 

아름다운 평야가 넓게 펼쳐진다. 강줄기가 우리의 발길을 따라 남쪽으로 구비구비 흐른다. 5시에 우리는 두 언덕 사이에 나 있는 좁은 길로 들어갔다. 저 앞으로 공주산성이 바라보인다. 매우 넓은 들판과 제방이 시선을 끈다. 언덕이 촘촘히 경작되어 있고 주변에 목화밭이 있는 전경이 아름답다. (여기에서 포크가 스케치를 한 것 같음)

 

 

5시 39분 금강에 도착하다. 강은 북서쪽으로 흐르고 있다. 강바닥은 폭이 320m 정도. 북쪽면의 물줄기는 너비가 135m 정도인데 점토로 이루어진 둑이 있고 강바닥에는 모래가 깔려 있다. 뱃사공은 강이 세 사람의 키 높이만큼(대략 4.5m) 깊다고 말한다. 강은 거울처럼 잔잔하다. 나루터 위쪽으로 6톤가량의 돛단배가 보인다. 남쪽 강안의 제방은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나지막한 굉장히 큰 둑이다. 유속은 기껏해야 2노트(시속 약 4km)가 넘지 않아 보인다.

 

평평하고 큰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일꾼들이 한 남자에게 횃불을 가져오게 하여 불을 밝혔다. 나룻배에서 내려 모래사장을 서서히 헤치며 산성의 북문 방향으로 나아간다. 성의 문밖에 오두막이 몇 채 보인다. 이제 날이 어두워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북문으로 들어가 멈춰 서서 횃불을 구하려고 소동이 일었다. 왼편으로 나아가 가파른 돌길을 올라 정상에 이른다.

 

이동하여 성의 남문을 지나자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든 뒤 좋은 길을 지나 시내로 들어선다. 길가에는 새로 지은 큰 집들이 많다. 마치 불이 나서 새로 지은 집들 같다. 거리에서 갑자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많은 횃불을 들고 나타난다. 곧 구경꾼들이 쏟아져 나와 거리를 가득 메운다. 서양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이다.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이런 재미있는 말소리가 들린다. “여기 화륜선으로 온 사람(wharunsun-uro wal-nun-saram)이 있다!”(Fire wheel ship by, having come, man). 짚을 엮어 만든 원뿔 모자를 쓴 사람이 밥그릇을 긁으면서 내는 소리였다.

 

김선흥 작가

전직 외교관(외무고시 14회), 《1402강리도》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