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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노자, ‘선이 부족한 것이 악이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6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도올 김용옥은 선악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의 대립 개념으로서 악(不善)이란 그 나름대로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여 상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선 자체도 악에 대칭되는 선이 아니며 서양인들이 말하는 ‘good’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선은 우리말로 ‘착할 선’ ‘좋을 선’ ‘잘 선’으로 훈을 다는데, 선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우리말은 부사적, 형용사적으로 자주 쓰이는 ‘잘’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미의 대립은 추가 아니고 오(惡)이듯이, 선의 대립은 악이 아니고 불선이며 선과 불선은 정도의 문제지 실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말한 것은 지극히 서양적인 사고방식이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북한ㆍ이란ㆍ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선언하고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노자의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이라크의 후세인은 악이 아니고 부시 대통령이 생각하는 선이 좀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라크의 후세인은 악의 축이기 때문에 때려 부숴야 한다”라는 것은 서양적인 사고방식이다. 노자의 관점에서는, 후세인도 개과천선하면 부시처럼 선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선과 불선은 관점을 달리하면 음양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양(陽)이 부실해지면 음이 되고 음(陰)이 충실해지면 다시 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보름달이 기울면 반달을 거쳐 그믐달이 되고 초승달이 시간이 지나면 채워져서 보름달이 되는 이치와 같다. 곧 선과 악(不善)은 정도의 문제지 실체의 문제가 아니다.

 

서양사상에 큰 영향을 미친 기독교에서는 선과 악이 너무나도 분명하다. 하느님이 선이고 사탄이 악이다. 믿으면 천당이요, 안 믿으면 지옥이다. 그러나 중국 사상에서 악은 선의 대립 개념이 아니다. 노자가 잘 지적했듯이 선이 부족한 것이 악이다. 선과 악이라는 실체가 있어서 대립되는 것이 아니고, 선과 악은 연속선상에 있는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선과 악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고, 정량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다르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서, 나쁜 놈은 구제불능이 아니고 변하면 착한 놈이 될 수 있다고 보자는 것이 선과 악에 대한 노자의 주장이다.

 

그날은 세 분의 연로하신 학장님들과 함께 너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를 해서, 미스 K는 대화에 별로 끼어들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미와 추, 선과 악에 대한 현학적인 이야기가 끝나자, 일행은 다음에 다시 스파게티 먹으러 오자고 약속하고서 학교로 돌아갔다.

 

K 교수가 미녀식당에 드나드는 동안에도 세월은 쉬지 않고 빠르게 흘러갔다. 미스 K의 소문은 S대를 벗어나 멀리 퍼져나갔다. K리조트에 골프 치러 오는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서 미녀식당에 왔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미녀식당에 와서 스파게티를 먹었다. 화성군청과 수원시청 사람들도 멀리서부터 미스 K를 보러 미녀식당으로 몰려왔다. 그러나 미녀식당에 오는 남자들 모두가 미스 K를 볼 수는 없었다. 여복이 조금이라도 있는 남자만 미스 K를 볼 수 있었다. 여복이 없는 남자는 그냥 스파게티만 먹고 갔다.

 

S대 남자 교수들과 S전문대 남자 교수들이 미녀식당 문턱이 닳도록 번질나게 드나드는 동안, 아카시꽃이 피었다. 아카시꽃은 꿀이 많아서 양봉업자들이 매우 좋아하는 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꿀의 70%는 아카시꽃에서 나온다고 한다. 토종꿀은 한 해에 단 한 번 수확하는데 아카시 꿀은 개화기 동안 수시로 채취하며, 토종꿀보다 약 4배나 많은 양의 꿀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아카시꽃은 대개 7일에서 10일 정도 피어있다. 날씨가 적당하면 아카시꽃은 열흘 가까이 진한 향기를 뿜어낸다. 아카시꽃이 지자 이어서 밤꽃이 피었다. 양봉업자들이 밤꿀까지 수집하면 그해 꿀농사는 끝이다. 밤꽃이 진 이후에는 나무 대신 풀에서 꽃이 피지만 꿀의 양이 많지 않다. 양봉업자들은 벌통의 벌들에게 오히려 양식을 공급하면서 이듬해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

 

밤꽃은 비릿한 냄새가 남자의 정액 냄새와 닮았다. 그래서인지 여자들은 밤꽃 냄새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재미있는 것은 옛날에 사대부 집에서는 밤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밤꽃이 피면 안방마님부터 며느리까지 음풍을 주체하지 못하므로 아예 밤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밤나무는 주로 사당 근처에 많이 심었다. 밤나무는 다른 식물과 달리 열매가 싹을 틔워 나무로 자란 뒤에도 뿌리 끝에 껍질이 썩지 않고 오랫동안 붙어 있는 특징이 있다. 조선의 선비들은 밤이 싹 나는 것을 보고서 자신을 낳아준 근본(조상)을 잊지 않는 효심과 가문의 대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짐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그런 까닭으로 조상을 모시는 사당이나 묘소 주변에 밤나무를 심어 후손들에게 효의 값어치를 전달하려고 했다. 이러한 상징성 덕분에 밤은 제사상의 필수 과일인 조율이시(棗栗梨柿, 대추 밤 배 감)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S대 본관 건물의 동쪽 작은 동산에는 밤나무가 많다. 가을날 아침에 동산에 오르면 전날 밤에 떨어진 밤을 주울 수가 있다. 밤꽃이 필 무렵이면 대학에서는 봄 학기가 끝나고 학기말 시험을 치를 때가 된다. 밤꽃보다 더 늦게 대추나무에 꽃이 핀다. 대추꽃은 연두색 꽃이 아주 작아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추꽃이 필 무렵이면 대학교는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