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는 자연과 더불어 하는 사람들인데 그것은 한옥의 구조에서 더욱
확연히 나타납니다. 특히 방에 우럴이창을 내면 먼 산의 꽃과 나무를 가슴
속으로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또 밤에는 하늘을 수놓은 보석같은 별을 세어볼
수 있습니다. 가을엔 저 멀리 산등성이의 불타는 단풍이 보이고, 겨울엔 처마에
달린 고드름의 정겨운 모습이 보입니다. 집을 지을 땐 높은 땅을 맘대로 깎아내지
않고 그저 땅에 맞춰지었지요. 심지어 구불구불한 소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우리 겨레는 곧은 나무만 집을 짓는 재목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문에 붙인 한지(창호지)는 공기를 소통시키고, 햇빛을 투과시키는
특성이 있지요.
사람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기에 자연과 한몸입니다. 그래서 자연을 망치지 않고,
자연과 한 몸이 되려는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은 한옥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작거나 화려하지 않은 모양새만 보고 뛰어난 건축물 한옥을 낮춰보아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