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들은 거문고를 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걸어두고 책을
읽는 사이에 틈이 생기면 거문고를 당겨 간단한 곡조를 타곤 했습니다. 그것은
공부하다가 잠깐잠깐 잡념이나 사특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군자가 되는 길은 사특한 마음과 욕심을 다 털어버린 경지에 이르는
수준이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로 도달할 수 없지요. 그래서
예(禮)와 악(樂)을 다 동원하여 수양의 방편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또 사특한 마음을 없애고 욕심을 털어버리는 음악은 소리가 요란할 필요도
없으며, 사람의 마음이란 소리가 계속 울릴 때보다는 소리가 그칠 때 그 소리의
빈자리를 채워주려는 데서 마음이 자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리가 계속
나는 관악기보다 소리가 뚝뚝 끊어지는 거문고나 가야금을 좋은 악기로 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