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7. 바위는 검고 폭포는 길게, 정선의 진경산수화
정선은 중국의 기법을 그대로 답습한 그림은 우리 감정을 나타낸 우리 그림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산천을 두루 답사하고 그 아름다운
산천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그림 기법을 창안하여 그렸습니다. 그것이 바로
진경산수화란 것인데 우리 산수를 소재로 하여 실제의 경치 그대로 그린
것으로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에 진경산수화를 이끈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정선의 산수화는 그저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닙니다. 인왕산의
바위는 희게 그 리지 않고 검게 그려 무거운 느낌을 강조합니다. 또 폭포는
일부러 길게 그려 폭포소리가 훨씬 우렁차고 세차게 들리도록 한 것이지요.
진경산수화라 해서 무조건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느낌을
분명히 강조합니다. 조선의 초상화가 극사실화지만 사람의 생각마저 그리려고
구도와 특징을 살린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