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정조의 모습을 가장 잘 담은 기록은 ≪정조실록≫의 정조 행장이라고
합니다. 그 행장(行狀)을 보면, 정조는 네 살 때부터 ≪소학(小學)≫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며” 날이 밝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 빗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는 그의 지나친
독서열을 염려해 “너무 일찍 일어나지 마라.”라고 타일렀고 그다음부터 정조는
“남이 모르게 등불을 가리고 세수했다. [每遮燈而]”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 네 살 먹은 정조가 ‘등불을 가리고 세수했다.’라고 한 것은 ≪태종실록≫에서
태종이 아들 충녕대군의 건강을 염려해 책을 치우자 병풍 사이에 한 권 남았던
≪구소수간≫을 몰래 1,100번이나 읽었다는 대목과 비슷하지요. 이렇게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 위인이 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