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청(海東靑, 조선 푸른매)은 천하의 좋은 매이지만 새벽을 알리는 일을 맡게
한다면 늙은 닭만 못하고, 한혈구(汗血駒, 천리마)는 천하의 좋은 말이지만 쥐를
잡게 한다면 늙은 고양이만 못할 것입니다. 하물며 닭으로 사냥을 할 수 있겠으며,
고양이로 수레를 끌 수 있겠습니까.(海東靑 使之司晨 則曾老鷄之不若矣 汗血駒
使之捕鼠 則曾老猫之不若矣)”
위 글은 ≪토정비결≫을 쓴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이 포천 군수로 있을 때에
“만언소(萬言疏)”를 올렸는데, 그 중 “사람을 쓰는 데에는 반드시 그 재주대로
하여야 한다.”라는 조목에 나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사람을 쓸 때는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는 뜻이겠지만 더불어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분명히 그 사람만 가진
특성이 있고 쓰임이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 한번 생각해볼 이야기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