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판소리가 거칠고 탁한 소리를 기본으로 한다 해서 너무 거칠기만 하면 안 됩니다. 그런 소리는 “떡목”이라 하여 좋지 않은 소리로 칩니다. 반면에 맑은소리만 가지고 있는 것도 “양성”이라 해서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곧 좋은 소리는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탁하면서도 맑은 데가 있어야 하지요. 다시 말하면 밝은 대낮이 있음으로 그믐밤의 깊고 그윽함이 더욱 크게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겨레가 가진 음양철학이 판소리에서도 적용되는 것이지요.
그런 소리를 가진 소리꾼을 꼽으라면 단연 임방울 선생입니다. 그는 수리성과 천구성을 같이 가진 한 세기에 한 명 날까 말까 한 대단한 소리꾼이었던 게지요. 그밖에 판소리의 목으로 방울목, 튀는목, 너는목, 줍는목, 펴는목 등도 있다고 하며, 여름날 새벽에 논에 갈 때, 나락에 이슬이 잔뜩 맺혀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바짓가랑이에 걸려서 능청거리다가 이슬이 주루룩 떨어지는 것을 흉내 낸 “이슬털이목”이란 예쁜 이름을 가진 목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