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김천 명물 과하주(過夏酒)는 여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마셔서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는 술입니다. 과하주는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산림경제(山林經濟)》,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등에 나올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발효주는 도수가 낮은 까닭으로 여름철 변질하기 쉽기에 과하주는 발효주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를 섞어 일종의 혼양주를 마시게 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이 과하주가 폭탄주의 원조가 아닌지 모릅니다.
시내를 내려다보는 김천시 남산 꼭대기 부근에 오래된 우물 과하천(過夏泉)이 있는데 이 우물은 경북 무형문화재 제22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이곳을 지나던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 우물물을 맛보고 중국 금릉의 과하천 물맛과 같다고 칭찬한 뒤 과하천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이 물로 과하주를 빚지요.
또한, 1921년 잡지 《개벽 제18호》에 권덕규 씨의 ‘경주행’이란 수필문이 있는데 “過夏酒 조키로 有名한 金泉을 거쳐 한 停車場 두 정거장 세이다가 大邱에 나리기는 해가 기울어서라”라는 글에 김천의 과하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더운 여름 땀 흘리고 난 어스름 저녁 느티나무 아래서 이웃과 함께 과하주 한 잔이면 무더위쯤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