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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44. 음양조화로 자손번성과 풍년을 비손한 옛 사람들


“북쪽 변경의 무지한 풍속에 매년 입춘 날에 장정이 벌거벗고 목우(木牛)를 몰게 하니 이를 우경(愚耕)이라 한다. 이 때문에 추위에 몸을 상해서 큰 병을 얻곤 한다."는 풍속을 들은 평양감사는 참찬 박충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랬더니 ‘북방 풍속이 그와 같다면 아주 무도한 일입니다. 또 사람까지 상하니 매우 해괴한 일입니다. 마땅히 알려서 엄금하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위 글은 조선 중기 학자 미암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이 쓴 보물 제260호 ≪미암일기(眉巖日記)≫ 에 나오는 “우경”에 대한 글입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농경문청동기(農耕文靑銅器)”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그림엔 위 글처럼 농부가 따비라는 농기구를 들고 아랫도리를 벗고 남근을 내놓은 채 밭을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는 땅을 여성이라고 보고 음양의 조화를 통해 풍년을 비손하는 것으로 “나경(裸耕)”이라는 풍속입니다. 이 두 풍속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있어 온 것으로 짐작되지요.  

이 시대의 눈으로 보면 이런 풍속들은 해괴하게 비칠 수밖에 없는데 옛사람들은 음양조화로 자손번성을 이루고 풍년이 오기를 빌었던 것입니다. 남근을 과장되게 만든 신라 토우(土偶, 흙인형)도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옛 유물을 볼 때는 이렇게 그 시대의 눈으로 보고 그 시대의 가슴으로 느끼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