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큰 문학자 송강 정철은 다음과 같이 <한밤중 산 속의 절에서(山寺夜吟:산사야음)>라는 노래를 합니다.
蕭蕭落木聲(소소락목성):쓸쓸히 나뭇잎 지는 소리를 /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스님 불러 문 나가서 보라 했더니 /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나뭇잎 지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여 동자승에게 나가보라고 했는데 밖에 나가본 동자승은 “시내 남쪽 나무에 달이 걸렸네요.”라고 대답합니다. 동자승의 말이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렇게 가을은 깊어 갑니다. 아니 벌써 입동이 지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섭니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가 들립니까? 바쁜 세월을 살고 있지만 붉게 물든 산세도 돌아보고, 고통 속에 떠는 주변도 돌아볼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