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조선초에 향나무를 바닷가 개펄에 묻어두는 매향의식(埋香儀式)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때 자주 출몰하던 왜구의 침탈에 고통을 받던 민중들이 침향을 정성으로 준비하여 자신들을 구원해줄 미륵이 오시기를 비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묻은 향나무가 수백 년이 지나면 침향이 되고, 침향이 된 뒤에는 ‘서해 바다에서 용이 솟아오르듯이’ 스스로 물위로 떠오른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민중들의 염원이 때가 되면 드디어 현실로 나타나게 됨을 의미하며, 당시 미륵신앙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개펄에 묻힌 향나무가 수백 년이 지난 오늘에 최고급 향으로 알려진 침향(沈香)이 된 것은 어쩌면 이 민중들의 염원이 이루어낸 결과가 아닐까요? 또 그때의 민중들이 어느 누구의 것이 될지도 모르지만 침향이 되어 누군엔가 도움이 되라는 마음으로 묻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