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6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8. 가곡 이야기 < 2>

   

 
본래의 고유한 이름인 옷이나, 음식, 집이란 이름을 내주고 한복이니 한식이니 한옥이니 하는 불필요한 이름을 새로 얻은 것처럼, 가곡도 새로운 서양스타일의 가곡과 구별하기 위해 전통이란 불필요한 이름을 앞에 붙여 전통가곡으로 부르기도 한다. 참고로 이 난에서도 때로는 <가곡>, 또는 <전통가곡> 등의 이름이 혼용되기도 할 것임을 양해 바란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3대(三大)성악으로는 가곡, 판소리, 범패를 꼽아 왔다. 왜 이들을 꼽아왔는가 하는 근거는 분명치 않다. 다만, 역사가 오래되었고 규모가 방대하며 예술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문인들의 노래”라는 점이 주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전통가곡은 조선조의 선비들이나 유명 학자, 상류계층의 인사들이 애호하던 점잖은 노래이며, 판소리는 일반대중들이 즐기던 남도 지방의 극적인 긴 노래이고, 범패는 사찰에서 크고 작은 의식이 있을 때 승려들이 부르는 장엄한 불교의 성악이다.

이 중 판소리는 미(美)적 가치도 높을 뿐 아니라, 재미도 있어서 판소리가 있는 공연장이나 판소리를 기본으로 만든 창극은 언제나 많은 청중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범패 역시 일반 공연장보다는 사찰을 중심으로 불교의 의식을 통하여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곡은 상대적으로 전승기반이 허약한 편이다. 한마디로 자생력이 약한 노래인 것이다. 그래서 공공 음악기관이나 연주단체의 특별한 배려가 없으면 음악회가 성사되기 어렵다. 가곡을 사랑하는 기업인이거나 독지가의 후원이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열성 있는 가창자가 출혈을 감수하고 힘겹게 무대를 만드는 방법밖에는 길이 없는 것이다.

또한, 어렵게 무대를 만들었다고 해서 객석이 감상자들로 하여금 채워지지도 않는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그토록 느리고 길게 뻗어가는 노래를 사람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배우지도 않은 가곡을 즐겨듣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가곡이 안고 있는 고민인 것이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곡인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겠지만 더욱 광범위한 처방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근원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일을 위해 국악을 전공하는 학자나 교수, 가곡전문가, 문화예술 행정담당자, 교육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전통가곡을 되살리기 위한 회생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방치해 둔다면 500년 이상 한국인들의 정서를 대변해 온 가곡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 밖으로 내놓은 이 노래를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등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부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