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을 비롯하여 가사, 시조를 정가(正歌)라는 이름으로 통칭하고 있다. 정가란 속가(俗歌)의 대칭개념으로 창법이 점잖은 노래라는 의미인데, 정가를 ‘바른 노래’, ‘점잖은 노래’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특징은 첫째 박자가 느리다는 점이고, 둘째는 부르는 사람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절제하여 부른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가곡을 고상한 이름으로는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한다. 그 뜻은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오랜 시간 길게 기쁨을 누리는 노래라는 의미이다.

반면에 속가는 민요나 판소리, 좌창, 선소리, 병창, 무가 등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최대한 들어내는 노래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표현법을 쓴다. 그래서 속가를 들으며 사람들은 울고 웃고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전해오는 가곡의 곡조는 남창이 26곡, 여창이 15곡이어서 총 41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곡은 모두 5장으로 나누는 형식을 취한다. 5장형식이란 시조시 초-중-종장의 노랫말을 5장으로 안배함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조 “동창이”를 예로 든다면 다음과 같이 나눠진다.

가곡의 제1장--시조의 초장 안구[內句]--- “동창이 밝았느냐”
제2장-------시조의 초장 바깥구[外句]-- “노고지리 우지진다”
제3장-------시조의 중장 전체-    ---- “소치는 아희놈은 상긔 아니 일었느냐”
제4장-----  시조의 종장 첫 3음절------ “재 넘어”
제5장------ 시조의 종장 ‘재넘어’ 이후--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가곡의 장단형태는 두 종류가 쓰이는데, 하나는 초수대엽이나 이수대엽 등의 대엽(大葉)조의 노래와 언롱, 평롱과 같은 농조(弄調)의 노래, 그리고 우락, 언락과 같은 낙조(樂調)의 곡조에 쓰이는 16박자형의 느린 장단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편, 언편, 편수대엽과 같은 빠른 곡조에 쓰이는 10박자형의 편(編)장단이다.

조선조 세조때의 음악을 담고 있는 ≪대악후보-大樂後譜≫나 선조때 안상이 지은 ≪금합자보-琴合字譜≫와 같은 고악보에는 만대엽의 악보가 보이는 반면 아직 중대엽이나 삭대엽은 없다. 또한, 만대엽의 음계도 유일하게 평조(平調)만이 소개되고 있어서 최초의 가곡은 평조로 된 만대엽 뿐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대엽이 나오는 ≪금합자보≫가 만들어진 16세기 후반 이전은 만대엽의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세기 초엽에는 ≪양금신보-梁琴新譜≫라는 악보가 나왔다. 양덕수가 지은 거문고악보이기에 그의 성을 따서 명명된 악보이다. 그런데 이 악보에는 만대엽과 함께 중대엽이란 악곡이 출현하는데, 만대엽보다도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요즘 쓰이고 있는 대엽의 만중삭은 모두 정과정(鄭瓜亭) 삼기곡(三機曲) 중에서 나온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정과정(鄭瓜亭)은 고려 때 정서가 지은 노래로 진작(眞勺)이라고도 한다. 정서는 고려 인종(1122～1146)과 의종의 총애를 받다가 귀양을 갔는데, 의종 임금은 그를 재등용하기로 약속하고 부르지 않았다. 이에 임금을 그리며 지어 불렀다는 노래가 곧 삼기곡이다. 가곡의 원형이었던 만대엽이나 중대엽, 그리고 삭대엽이 모두 정과정 삼기곡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면 가곡의 최초 발생 시기는 12세기 초엽의 고려조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상기 대엽조와 삼기곡이 형식면에서 비슷하다는 말인지, 아니면 음악의 내용이 같다는 말인지 분명치 않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는 앞으로의 숙제이다. 하여간 1610년에 간행된 ≪양금신보≫에 의하면 만대엽 외에 중대엽과 삭대엽도 나타나는데, 이 중 중대엽은 4개의 악조로 기보되어 있어 이 시기 가장 널리 불렸던 가곡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