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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11. "가야금병창"은 가야금과 소리가 어우러진 1인 2역의 연창 형태

 
 
 
 
국악속풀이 이번 주 이야기는 <가곡>에서 잠시 벗 어나 가야금병창에 대해 얘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가야금병창>이란 창자 스스로 가야금을 뜯으며 단가나 민요, 판소리의 눈대목 등을 부르는 연창의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노래뿐 아니라 새롭게 창작된 노래도 가야금을 뜯으며 부른다.

우리의 전통성악 가운데 반주악기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성악은 가곡이 유일하다. 반주악기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은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 부분이나 간주 부분이 따로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음높이를 지정하고 유지해 주는 역할에서부터 선율의 흐름, 빠르기, 음악적 분위기를 반주진이 이끌게 마련이어서 창자가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때로는 이러한 틀이 장애가 되어 오히려 창자의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88서울 올림픽 전야제 행사로 고 박동진 명창이 판소리 한 대목을 관현악 협연으로 부른 다음, 무대 뒤로 나와서 “ 나는 다 필요 없어, 북 제대로 치는 놈 하나만 있으면 된단 말이여~” 불평 섞인 실토를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가곡을 제외한 여타의 노래들은 반주가 있으면 좋고 여의치 않으면 장고나 북을 반주 삼아 부르는 노래가 일반적이다. 특히 창자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현악기나 타악기만이 가능한데, 선율이 있는 악기로는 가야금 병창이 대표적이다. 거문고로도 병창을 했다고 하나 근래에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되었다.

지난 6월 17일(금) 저녁, 포항에서는 아주 의미 있는 음악회, 이름하여 <임종복과 이영애의 가야금병창 교류 발표회>가 열려 관련분야 음악인들의 발길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영애라는 소리꾼과 경상도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종복이란 소리꾼이 각기 다른 선생에게 익힌 가야금 병창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준비를 한 것이다.

각기 다른 두 선생이란 임종복을 가르친 장월중선(張月中仙, 본명-순애) 명창과 이영애를 지도한 박귀희(朴貴姬) 명창을 말한다. 장월중선이나 박귀희는 오태석이라는 대명창으로부터 가야금과 소리를 배웠는데, 스승에게 배운 가락을 단순하게 지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가락 위에 자기의 독특한 음악성을 발휘하여 독자적인 류파를 형성한 사람들로 유명하다. 예술의 생명이 개성(個性)에 있음을 상기해 본다면 한 뿌리 위에 다양하게 뻗어나간 줄기의 다른 모습을 비교해 본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작업인가 하는 점도 짐작이 될 것이다.

포항에서 가야금 병창을 연구하는 한편, 제자들을 키우고 있는 임종복은 스승 장월중선에게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배웠고, 현재는 정순임과 정경옥에게 소리 전반을 다듬고 있는 가야금 병창의 중견이다. 또한,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영애는 스승 박귀희로부터 가야금병창과 판소리 등을 익혀 예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소리꾼이다.

그러므로 이날 밤, 포항에서 열린 <임종복과 이영애의 가야금병창 교류 발표회>는 가야금 병창의 중시조인 오태석으로부터 장월중선을 통해 정순임, 정경옥, 주영희, 임종복으로 이어진 소리제와 오태석-박귀희를 통해 오갑순, 안숙선, 강정숙, 이영애로 이어진 가야금 병창의 여러 대목 대목들을 차례로 혹은 동시에 만날 수 있어서 흥미를 더했던 것이다.

더더욱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점은 같은 대목이라도 장월중선의 병창과 박귀희의 병창은 어떻게 달라졌나 하는 점이다. 곧 노랫말은 같을까 다를까 하는 점에서부터 선율의 구조나 리듬의 형태 등등 연창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음악적 요소들인 것이다. 특히 중요 대목은 노래를 부르고 난 다음 연창자들이 직접 설명을 곁들여 주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더욱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쓸데없는 말 함부로 하는 몰지각한 사람 중에는 가야금병창이란 가야금도 안 되고 소리도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전공하는 분야라고 격하시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는 당치 않은 말이다. 오히려 가야금과 소리의 두 장르가 완벽하지 못하면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라고 말해야 옳다. 우리가 얼핏 생각해 봐도 소리가 된다고 해도 가야금이 받쳐주지 못하면 안정감이 떨어져 듣기 민망하고, 혹 가야금의 현란한 기교도 목이 따라주지 못하면 빛을 발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기에 소리와 가야금 어느 쪽도 소홀히 하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가야금병창이기에 이 분야가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예부터 명인 명창들이 즐겨 쓰는 말 중에 “ 큰 선생 밑에 큰 명창이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박귀희나 장월중선과 같은 큰 선생이 배출해 낸 명인 명창이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이영애나 임종복과 같은 중견 명창들이 이처럼 학구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소리 공력을 쌓고 있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들이 장차 큰 명창이 될 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술의 생명이 개성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믿으며 항상 연구하는 자세와 뿌리의 소중함을 확인하려는 학구적 태도를 견지해 주기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