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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즐기지 않는 일반인이라면 죽어도 모를 이야기이지만 문화를 사랑하는 얼레빗 독자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할 국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흔히 국악은 두 가지 갈래로 나뉩니다. 정악과 민속악이 그것이지요. 정악과 민속악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나 머릿속을 되짚어봅시다.
정악 - 궁중에서 연주되던 음악. 바른 음악
민속악 - 궁중이 아닌 일반 민중이 연주한 음악. 속악(속된 음악)
이런 답이 나오셨나요? 하지만, 그것은 틀린 답입니다. 저도 처음엔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생각을 말씀 드리지요.
저는 11살 적부터 서도소리를 배웠습니다. 민요를 부르는 사람 대부분은 정악에 대해 공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민속악에 대해 공부하지도 않습니다. 영화 ‘서편제’에서 보듯이 스승님 한 분을 모시고 평생 한 가지 실기만 죽어라 배웁니다. 요즘은 여러 대학에 국악과가 있고 이론을 배우고 다른 음악을 배우지만 그다지 자기 전공 외의 음악은 관심이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 국립국악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학교에서도 정악은 바른 음악, 궁중음악이다라고 배웠고 얼마 전까지 그런 줄 알았습니다.
정악은 종묘제례악 등 궁중음악을 포함한 사대부음악을 지칭합니다. 그 예로 정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가는 절대로 궁중에서 왕, 또는 왕비 앞에서 불리던 음악이 아닙니다. 양반집 사랑방에서 불리던 노래입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정가의 3가지 장르, 가곡ㆍ가사ㆍ시조 이 중 가곡과 시조는 양반이 즐기던 사대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사는 엄밀히 따지면 잡스러운 노래 잡가(雜歌)와 그 파생이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흔히 영산회상이라고 불리는 현악영산회상(줄풍류) 또한 사대부음악입니다.
정악이란 말은 이왕직아악부, 조선정악전습소 등을 거치면서 보편화한 단어입니다. 이왕직아악부는 조선 궁중음악을 전승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궁중음악을 연주하면서 그 당시 세태에 따라 하규일 선생 등을 초빙하여 가곡, 가사, 시조를 배우게 됩니다. 그런 과정이 정가가 궁중음악처럼 취급되는데 일조를 하게 됐다고 봅니다.
왕가음악을 담당하는 이왕직아악부는 가곡, 가사, 시조 그리고 영산회상을 함께 연주하였고 그 음악들은 궁중음악과 함께 정악이 되었고 그에 속하지 못한 음악은 속된 음악, 민속악이 된 겁니다. 이는 존귀한 궁중음악을 하는 이들의 계층적 분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악만이 바르고 존귀한 음악이 될 수 없고 민속악이 속된 음악이 아닙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심신수양을 목적으로 본업인 학업에 매진하며 취미로 음악을 하던 사대부 양반의 정가, 영산회상과 음악을 전문적으로 생업 삼아 하고 예술적으로 음악에 접근했던 광대, 사당패의 판소리, 산타령 중 어느 것이 더 뛰어나고 존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미 국악의 분류로 통용되고 있는 정악과 민속악의 개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정악이라는 개념의 범위와 의미를 알고 써야 하며 궁중음악을 지칭할 때는 정악과 민속악이 아닌 궁중음악과 민간음악이라고 구분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민요를 이야기할 때 자주 범하는 실수는 좌창과 민요입니다. 대부분 민요경창대회, 경·서도민요대회의 대회요강을 보면 참가곡을 명시할 때 좌창과 민요를 혼용하여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앉아 부른다는 의미의 좌창과 서서 부르는 노래 입창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으며 절수의 구분이 없는 통절형식이 보통으로 긴소리인 잡가와 절수의 구분이 있으며 대부분 후렴이 있는 민요로 분류해서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따라서 서로 대비되는 음악으로 보면 “좌창 - 입창”, “잡가 - 민요”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 민족의 음악은 꾸준히 전승되고 연주되어야 하며 올바르게 후손들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세종대왕이 “정대업”, “보태평”과 같은 대곡을 만들면서 항상 생각한 ‘바른 음악이 백성의 마음을 순화시켜 주고 나라를 이롭게 한다.’라는 예악사상을 잘 이해해야만 합니다. 바른 음악이란 그저 사대부의 취미생활을 위한 음악만을 일컬어서는 안 되며, 민간의 속된 음악은 바른 음악이 아니라는 잘못된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또 서도민요의 대표인 앉아서 애절히 부르는 “수심가”를 좌창이 아닌 서서 부르는 민요라고 말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독자 이나라 /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악학과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