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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 땐 콩음식을 잘 안 해먹었다. 나는 된장보다도 청국장을 좋아해서 밥상에 자주 올려 보았지만 남편도 출근할 때 옷에서 냄새 난다고 싫어하고 아이들 숟가락으로부터도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예전 친정어머니가 해주시던 콩장은 밑반찬으로 훌륭한 음식이었으나 우리 집 식구들은 콩장도 별로 안 좋아한다.
콩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아는 이야기지만 콩보다도 더 맛나는 음식들이 지천이라 그럴까? 아무리 갖은 포장을 해서 밥상에 내 놓아도 그간 콩요리는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파주로 이사 와서 우리 집 식구들의 입맛이 슬슬 변하기 시작했다. 4년 전 일이다.
파주 신도시로 이사 오면서 가장 먼저 가본 곳이 장단콩축제였다. 이사 와서 짐 정리를 겨우 마치고 나자 남편이 어디서 알았는지 “파주 장단콩축제”에 가 보자는 것이었다. 서울 살 때는 시간이 나면 잠만 자던 남편이 공기 좋은 파주로 이사하고부터는 파주 율곡서원을 비롯하여 이곳저곳을 아이들에게 구경시켜주느라 신이 났다.
파주 장단콩은 파주임진강쌀, 파주개성인삼과 함께 “장단 삼백”이라 해서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만큼 유명한 콩이라고 한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이라 그런지 장단은 예부터 콩의 주산지였다. 고구려 때는 장천현이었던 장단은 1913년 한국 최초의 콩 장려 품종인 ‘장단백목’이라는 이름으로 재배되어 이 지역 토종콩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산 콩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농산품이 국외로부터 들어와서 우리의 토종 자리를 밀어내고 있다. 특히 유전자 조작 콩으로 콩마저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파주의 토종콩인 장단콩은 그래서 더욱 인기가 높다. ‘장단콩축제’에 다녀오고서 아이들은 콩장도 잘 먹고 소시지 대신 두부 부침에도 젓가락을 대기 시작했다.
살이 통통히 오른 햇콩을 만져보고 콩의 영양가와 재배방법 같은 것도 자료관에서 볼 수 있는데 장단콩축제에 아이들을 데려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콩과 아이들이 친해지게 되어 무엇보다 기뻤다. 콩에는 단백질, 식물성 지방이 60% 차지하고 특히 쌀보다 칼슘이 무려 122배, 인 26배, 철이 16배 들어 있어 노화, 비만, 혈압조절, 당뇨, 항암, 골다공증, 두뇌 발달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졌다. 이번 축제에는 아이들 친구들이 서울에서 오기로 되어 있어 벌써 녀석들은 들떠 있다. 고소한 콩볶이의 추억이 있는 나로서는 내가 사는 지역의 장단콩축제가 고맙기만 하다.
*파주장단콩축제: 2011년 11월 18일- 20일(3일간), 파주 임진각 광장
독자 주연순 / 주부, 파주 교하신도시 책향기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