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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0. 김포에서 열린 조옥란의 시조발표회

   

 

지난 10월 21일, 경기도 김포에서는 사단법인 ≪우리소리보존회≫ 이사장 조옥란 명창 외 공연자 60여 명이 김포지역의 어르신 위안을 겸한 제5회 시조발표회를 열어 가을밤 운치를 한껏 멋지게 장식하였다.

조옥란 명창은 여류 시조인으로 이름을 굳히고 있는 사람이다. 이미 오래전에 전국 시조대회를 휩쓸다시피 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였는데, 얼마 전에는 경기민요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경기 국악제>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차지하여 또다시 세상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시조의 명창이 경기민요계를 제패하였다는 점으로도 그의 시조창 실력이나 민요창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받고도 남는다 하겠다.

필자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 출강할 때로 기억된다. 미모의 한 수강생이 매일 강의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데, 늘 책상 위에 녹음기를 앞에 놓고 앉아서 다소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가령 시간 중에 시조에 관련된 내용이거나, 또는 민요에 관련된 내용이면 그에게 시범창을 부탁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가 불러주는 노래소리에 모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목소리도 목소리이지만 목구성이 뛰어나고 감정의 표현이 적극적이어서 수강생 모두를 놀라게 했던 것이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국가 고급 공무원들을 위한 특강이나 기업의 리더들을 상대로 하는 교양강좌에 필자는 조옥란 명창을 초대해서 시조나 민요, 또는 창작된 민요조의 가요들을 들려주곤 했다. 말할 것도 없이 교육의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런 그가 김포지역의 전통문화를 새롭게 심고자 사단법인체로 ≪우리소리보존회≫를 세우고 시조창과 민요를 가르쳐 온 제자들과 함께 발표회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는 시조와 민요가 별개의 장르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 시조와 민요는 별개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예부터 노래를 배우기 전에는 긴 호흡과 발성을 위해 민요의 사범들이 시조를 먼저 가르쳤기에 옛 경서도 명창들에게 있어서 시조창은 기본이었다. 시조를 통하여 발성이나 호흡을 고르고 그 위에 민요를 연마하는 것이 명창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겼던 것이다.

근세 경기민요의 대부였던 벽파 이창배 사범도 항상 시조를 먼저 부르고 긴소리나 민요, 산타령 등을 지도하였으며 황해도 출신 서도민요의 예능보유자인 박기종 씨도 평양에서 소리를 배울 때, 그의 선생은 시조부터 가르쳤다고 전한다.

현재의 경서도 명창들 대부분도 먼저 시조를 익혔고 그래서 시조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호흡이나 발성뿐 아니라 장단의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민요의 기본이며 대표격인 <노랫가락>의 장단이 시조의 5박+8박 장단과 동일한 점으로도 시조와 민요의 깊은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조의 여류명창이 민요를 잘 부른다거나 또는 민요의 명창이 시조를 잘 부르는 예는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공개적인 발표회장에서 두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해서 객석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조옥란이 주최하는 음악회에 초대되어 가보면 1부는 평시조를 위시하여 여러 종류의 시조를 부르고, 제2부에 들면 긴소리나 흥겨운 민요를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시조와 함께 민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번 김포의 발표회도 다양한 시조와 민요창 이외에 춤과 해금합주, 가야금 병창 등, 다양한 종목의 찬조 출연자들이 등장하여 객석과 하나가 되었다. 김포의 새로운 문화가 다른 지역의 음악인들이 아닌, 지역의 음악인들의 의해 새롭게 열리고 있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매우 느린 호흡과 장단에 얹어 부르던 <가곡>이라고 하는 전문가의 노래를 일반인들이 부르기 쉽도록 고쳐 만든 평이한 노래가 곧 오늘날의 시조음악이다.

긴 호흡으로 느긋하게 뻗어가는 시조창은 마음을 닦는 수양의 노래이며, 인간미 넘치는 훈훈한 노래인 것이다. 이러한 노래들이 점차 잊혀져가는 현실에서 조옥란과 같은 여류 명창들이 앞장서서 시조창의 보급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모습은 지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점점 더 각박해 지는 세상에 그가 있어 그가 불러주는 시조창이나 민요창로부터 위안을 받는 지역민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부디 지역민들의 관심이 지역의 큰 소리꾼, 조옥란 명창과 ≪우리소리보존회≫회원들에게 쏟아져 이들이 이 일에 더 큰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