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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호법 <시행령> 제18조를 보면 “문화재청장은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로 하여금 해당 중요무형문화재의 전수교육을 3년 이상 받은 자에 대하여 기능 또는 예능을 심사하여 그 기능 또는 예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자에게 전수교육 이수증을 교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전수교육 이수증을 발급한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는 1월 이내에 그 사실을 문화재청장에게 알려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과거에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던 이수증 교부의 권한을 보유자들에게 맡겨 놓고 이수증을 누구에게 발급했는가에 결과만 알려주게 되어 있다. 이수증 교부문제로 무형문화재의 해당 종목마다 반목과 불신의 벽이 높아만 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문화재청의 편의주의는 그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 내용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으로 해당 문화재의 교육을 3년 이상 받은 자를 이수대상으로 한다는 점, 이들에 대한 기예능을 심사하여 상당한 수준임을 판단하는 방법, 이수증을 보유자나 보유단체가 발급하고 그 결과를 문화재청장에게 알린다는 사실 등이다.
우선 첫 번째 문제점은 3년이란 짧은 연한의 기준이다. 현실적으로 3년이라는 기한 내에는 중요무형문화재의 그 어느 종목도 이수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최소 고등학교의 3년 과정과 대학 4년 과정을 합한 <7년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심사방법의 투명성이나 객관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전수자들의 예능수준이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는가의 판단은 전수를 해온 보유자 당사자가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예능의 평가는 더욱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하다.
가령 어느 노래 종목을 예를 들어 “갑”이라는 전수자는 소리가 맑고 발음이 분명하지만, 음정이 불안하고 “을”이라는 전수자는 음정이 정확하지만, 장단이 불안하고, “병”이라는 전수자는 음정이나 장단은 분명한데 표현이 떨어지고, “정”이라는 전수자의 현재 기량은 앞의 세 사람보다 떨어지지만, 음악성이 뛰어나 장래가 촉망된다면, 이중 어떤 전수자에게 낙점을 할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평소의 성실함이나 예술을 대하는 태도, 인간미 등등, 여러 가지 측면도 배제되어서는 올바른 평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간의 전수과정을 정확하게 기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유자 외에도 여러 전문가, 이를테면 명인명창급의 실기인, 이론가, 전문위원 등으로 구성된 7명 이상의 심사위원단이 결정하도록 이를 제도화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를 보유자와 그 측근 2~3인이 이수증을 발급한다면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
심사위원을 최소 7명 이상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초, 중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의 작은 국악경연대회도 그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한 분야의 심사위원을 7명 이상으로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국가지정 문화재의 이수자를 결정하는 심사위원의 수를 그 이하로 정한다는 사실은 문화재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킬 뿐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세 번째 문제점은, 이수증을 보유자나 보유단체가 발급하고 그 결과를 문화재청장에게 알린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이는 중요무형문화재를 관장하는 문화재청이 지나치게 보유자에게 권한을 맡기고 있어 견제할 기능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요문화재 제 종목들은 보유자 개인이나 단체의 것이 아니고, 문화재청의 소유도 물론 아니다. 분명히 국가의 문화유산이고 국민의 재산이다. 이 재산의 관리를 국가가 문화재청에 위임했는데, 이를 소홀히 생각하고 행정의 편의를 위해, 개인이나 단체에게 위임해서 많은 문제점을 일으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 보존회의 “ㅂ" 씨의 말이다.
“특히 개인종목인 무용 같은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예전에는 이수심사를 할 때 지정 자체를 개방해서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보유자 개인이 이수자를 지정해 주니까 문제가 많다. 물론 단체 내부적으로 장치를 많이 마련하고 있지만 어렵다. 이수자 지정 문제는 문화재청에서 개입해야 한다. 단체종목 분야는 모두 이렇게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환영한다. 이수자 개인 지정문제들이 인간문화재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본다.
전문가 “ㄱ" 씨의 말이다.
한번 지정이 되면 권력화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처음 학생이 배우러 가면 전수생에게 배우고 이수생이 됐다. 그리고 이수할 때 문화재청에서 전문위원들이 테스트를 하고, 이수 자격 증을 발부했다면, 지금은 보유자가 직접 이수자격을 발부한다. 이것으로 파생되는 문제가 많다. 이수제도는 예전처럼 실사를 하고 이수자로 지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며 지정된 인간문화재의 권력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개인종목은 더욱 심하다. 이수 기간과 관계없이 보유자가 발급하기도 한다. 고쳐야 할 문제점 제1호이다. 보유자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었다. 이수자격 발부 권한을 문화재청으로 넘겨야 함이 타당하다.
실력을 갖춘 이수자를 선발하려면 현재의 3년 이상은 최소 7년 이상으로 강화되어야 하고 이수자 선발을 위한 심사위원의 수도 최소 7인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보유자나 단체에 일임되어 있는 이수자 선발권한을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하려면 문화재청에서 직접 관리하거나 전문 연구 기관에 의뢰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차제에 문화재청에 당부를 한다면 더욱 많은 대상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참가범위를 확대시키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수자의 선정은 과거제도의 개념을 도입하라는 뜻이다. 반드시 해당 종목의 보유자들에게 전수를 받은 전수생 만을 심사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보유자 후보나 전수조교들에게 전수를 받은 전수생, 또는 일반 대학이나 학원에서 연마한 전수생도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선생을 만날 수 없거나 만나지 못해 두메산골에서 음반자료를 통해 익힌 독학자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보유자로 오르지 못했으나 그들의 기ㆍ예능이 보유자 수준에 도달해 있는 명인명창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을 인정한다면, 그들에게 10년 이상을 줄기차게 배우고서도 이수증을 얻으려고, 또다시 보유자에게 줄을 서야 하는 현재의 폐단은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해 놓고 능력 있고 장래성 있는 이수자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그 제도를 확대시켜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