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이 희미한 그런 밤, 노스님은 진작부터 곳간 문 열리는 소리, 쌀 퍼담는 소리,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비쩍 마른 한 사내가 아마 허기진 탓일 것입니다. 쌀 한 부대를 가지고 비비적댈 뿐 지게 발을 땅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발소리도 없이 가만히 뒤로 돌아간 스님은 쌀 지게를 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는 사내에게 빨리 가라는 손짓만 하였습니다.”
보통 사람이면 “도둑이야”하고 소리를 질렀을 것을 노스님은 그냥 지게를 밀어주고, 가라고 손짓만 하십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고, 보시할 사람이 그립습니다. 보시를 하면 그 은덕이 모두 내게 다시 돌아온다고 하는데 이 어려운 시절 우리는 배달겨레의 철학인 까치밥을 남기고, 고수레를 하는 따뜻한 마음이 새삼 그리운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