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섣달 그믐날 아이들의 세시풍속 중 “담치기”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풍물을 치면(애기풍장) 어른들은 쌀이나 잡곡을 내주었습니다. 이를 자루에 모아 밤중에 노인들만 계신 집, 환자가 있거나, 쌀이 없어 떡도 못하는 집들을 찾아다니며, 담 너머로 던져주곤 합니다. 누가 던져 넣었는지 아무도 몰랐고, 알고도 모른 채했습니다.
이웃의 고통을 나눠가지려는, 그러면서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하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겠지요. 옛 아이들의 이런 세시풍속을 오늘에 되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구세군 냄비에 천만 원짜리 수표를 넣으면서 한사코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는 말을 들으며 우리는 흐뭇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