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송서와 율창에 관하여 소개를 하였다. 송서(誦書)란 고문(古文)이나 옛 소설과 같은 글을 읽을 때에 높낮이를 조화롭게 연결하며 구성지게 낭송하는 것을 말하고, 시창이란 한시(漢詩)를 긴 가락에 올려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고 소개하였다. 한마디로 송서란 글을 읽는 것인데 글방에서 읽는 식과는 달리 멋을 넣어서 읽는 것이고 시창은 글을 읊되 청(淸)을 붙여서 읽는 것을 말한다.
민요계의 거장 이창배 선생의 ≪한국가창대계≫는 송서와 시창을 별개의 장르로 설정하고 송서에는 다음과 같은 6곡을 원문과 함께 해설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1)“어젯밤 부던 바람 금성이 완연하다”로 시작하는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
2)“우 근진소지의단은 의신의 평생 소원이”의 삼설기(三說記),
3)“임술지추 칠월 기망에 소자여객으로”으로 시작하는 전적벽부(前赤壁賦),
4) 후(後)적벽부(赤壁賦),
5)“굴원이 기방에 유어강담하고 행음택반 할 새”로 시작하는 어부사(漁父辭),
6)“부 천지자는 만물지역려요, 광음자는 백대지과객이라”로 시작하고 있는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 序) 등이다.
이 중에서 삼설기는 경기민요의 묵계월(본명; 이경옥)명창이 1930년대 중반, 그의 스승 이문원으로부터 배워서 간직해 오던 유명한 소리조이다. 그가 이 소리를 배워 간직해 왔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묵계월은 유창, 박윤정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에게 이문원으로부터 배워 간직해 온 삼설기를 그대로 전해 주었고, 유창이나 박윤정은 그들이 배운 귀한 소리들을 다시 그들의 제자들에게 전수시키는 한편, 공개적으로 발표무대를 여는가 하면 음반도 제작하는 등, 활발한 전승활동이나 보급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송서의 창법은 정가(正歌)의 그것과 흡사하여 무게가 있고 깊은 소리로 점잖게 불러나간다. 특히 목소리가 낭낭한 사람이 청을 높여 부르면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느리게 노래를 불러 나간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하겠다. 송서는 박자나 장단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사설의 단위, 즉 악구를 어느 호흡으로 맺고 시작하는가 하는 점이 어렵다. 혼자 부를 때는 그래도 자유스럽지만 여러 명이 함께 합창할 경우에는 어느 부분까지 이어가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호흡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원래 삼설기는 소설로 된 것이다. 송서로 전해오는 삼설기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선비가 죽게 되어 저승에서 염라대왕으로부터 심판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판결 결과가 아직 죽을 때가 안 된 사람들을 잡아들였다는 이유로 다시 살려 보내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러면서 세 선비에게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하였는데,
첫 번째 선비는 높은 벼슬을 달라 하였고 둘째 선비는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하여 약속대로 두 선비의 소원은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들어 주었다. 그러나 세 번째 선비는 욕심도 많았고 요구하는 것도 많아 과분한 소원을 청하는 바람에 염라대왕에게 꾸중을 듣게 된다.
셋째 선비가 요청한 소원의 내용을 요약하면“아무리 영웅열사, 만고명장, 천하문장, 호걸협사, 절세미색도 죽으면 허사이다. 그러하니 명당에 터를 닦아 초당을 지어 놓고, 만권(萬卷)의 시서(詩書)쌓아 두고 거문고로 벗을 삼으며 지내도록 해 달라.” “앞내의 고기 낚고 뒷 뫼에 약초를 심고 과일은 계절 따라 익으며 백곡이 풍등하면 세상 영복 쓸데없고 인간 공명 원치 않으니 세상의 시비를 어찌 알겠는가.”
“자손도 많으면 근심이니 아들 형제, 딸 하나의 내외손이 번성하여 온갖 재미 보며 병 없고 성한 몸으로 오래도록 하늘이 내려준 수명대로 살다 죽게 해 달라”
즉 인간으로서 할 짓은 다 해 보고 싶다는 청이었다.
이 말을 들은 염라대왕이“이 욕심 많고 무소불칙한 놈아!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나도 못 할 것을 너는 원하고 있다”고 야단치면서 염라왕을 그만두고 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가장 원하고 바라던 삶의 세계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점을 알게 하는 내용이다.
과욕은 금물이라,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입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매우 재미있게 묘사하였다. 사설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듣게 된다면 송서 <삼설기>는 또 하나의 전통적인 음률로 우리에게 다가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