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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대통령이 쓰는 말이 표준말이라면…

   

지난 2월 25일 제19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중계를 보며 박근혜 대통령의 우리말 발음이 매우 정확해 놀라는 한편, 기뻤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역대 대통령들의 우리말 실력이 정말 형편없었기에 더욱 그랬던 듯하다. 물론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의 분이라 그렇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 영향으로 1980년대부터 국립국어원에서 국어순화라는 이름 아래 부드러운 발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불�[불법]’을 ‘불법’, ‘효꽈[효과]’를 ‘효과’, ‘금늉[금융]’을 ‘그�’, ‘환뉼[환율]’을 ‘화뉼’, ‘사랑할쩡도[사랑할 정도]’를 ‘사랑할:정도’, ‘마을싸람[마을사람]’을 ‘마을:사람’, ‘담배까게[담배가게]’를 ‘담배:가게’, ‘뱅미리까량[백미리 가량]’을 ‘백:미리:가량’, ‘답따팜니다[답답합니다]’를 ‘답따밤니다’, ‘행보캄니다[행복합니다]’를 ‘행보감니다’, ‘딸라[달라(dollar)]’를 ‘달라’ 라고 발음하게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1988년 한글맞춤법을 개정하면서 위와 같이 발음하게 한 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다만’ 규정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자세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1. <표준어 규정〉, 제2부 표준 발음법, 제6장 제27항
관형사형 ‘-(으)ㄹ' 뒤에 연결되는 ‘ㄱ, ㄷ, ㅂ, ㅅ, ㅈ'은 된소리로 발음한다.
할 것을[할꺼슬], 갈 데가[갈떼가], 할 바를[할빠를], 할 수는[할쑤는], 할 적에[할쩌게], 갈 곳[갈�], 할 도리[할또리], 만날 사람[만날싸람].
다만, 끊어서 말할 적에는 예사소리로 발음한다.

* ‘다만’ 규정을 만들어 선행 규정인 된소리로 발음해야 할 것을 거의 모든 방송인은 예사소리로 발음하고 있고, 특히 합성어는 물론이고 사자성어까지도 각 단어대로 끊어서 발음하고 있다.

2. 제7장 음의 첨가
제 29항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 솜-이불[솜ː니불], 홑-이불[혼니불], 막-일[망닐], 삯-일[상닐], 맨-입[맨닙], 꽃-잎[꼰닙], 내복-약[내ː봉냑], 한-여름[한녀름], 남존-여비[남존녀비], 신-여성[신녀성], 색-연필[생년필], 직행-열차[지캥녈차], 늑막-염[능망념], 콩-엿[콩�], 담-요[담ː뇨], 눈-요기[눈뇨기], 영업-용[영엄뇽], 식용-유[시�뉴] 국민-윤리[궁민뉼리] 밤-윷[밤ː�].
다만, 다음과 같은 말들은 ‘ㄴ' 음을 첨가하여 발음하되, 표기대로 발음할 수 있다. 이죽-이죽[이중니죽/이주기죽], 야금-야금[야금냐금/야그먀금], 검열[검ː녈/거ː멸], 욜랑-욜랑[욜랑뇰랑/욜랑욜랑], 금융[금늉/그�].

* 이 또한 ‘다만’ 규정을 만들어 먼저 발음해야 할 ‘ㄴ, ㄹ’ 덧나기를 무시하고 있으며, 특히 사람 이름에는 ‘ㄴ’ 덧나기가 안 일어난다면서 ‘정동녕[정동영]’을 ‘정동영’, ‘이을뇽[이을용]’을 ‘이으룡’, ‘김녕삼[김영삼]’을 ‘기명삼’, ‘이청뇽[이청용]’을 ‘이청용’, ‘김년아[김연아]’를 ‘기며나’, ‘기성뇽[기성용]’을 ‘기성용’으로 발음하게 하고 있다.

표준말은 하나여야 하는데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테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짜장면[자장면]’이라고 하던 것을 ‘자장면’이라고 우기더니 결국 여론에 밀려 ‘짜장면’이 표준말이라고 하면서 끝까지 ‘자장면’도 표준말이라고 하는 그들의 모습은 - 국어정책을 담당하는 국립국어원과 국어심의회 그리고 옛 문화관광부 -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말은 된소리, 예사소리, 긴소리, 짧은소리로 발음해야 그 뜻이 달라지는데도 이처럼 글자대로 발음하도록 규정을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 것일까? 그 배경을 보면, 박정희 정권까지 하나로 정해져 있던 표준말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동안 학계에서 소외됐던 ‘이희승파’가 제도권에 들어와 대통령이 쓰는 말을 표준어로 삼으려 한 탓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방송인조차 “어제 쩌녁에 일어난 사껀은 불�이므로 엄�카게 조사해서 공�녀글 황닙파고 효꽈저그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캅니다.”라고 해야 할 것을, “어제 저녁에 일어난 사건은 불버비므로 엄겨가게 조사해서 공궈녀글 황니바고 효과저그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가갑니다.”라고 말하고, 또 “동녕아! 짜장면 몬머거서 야골라 죽께찌! 용뇽 죽께찌!”라고 해야 할 것을 “동영아! 자장면 � 머거서 야골라 죽게지! 용용 죽게지!”라고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바라건대,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말을 바르게 발음하는 것을 본받아 ‘다만’ 규정을 없애고, 또한 된소리와 격음을 쓰지 못하게 한 외래어 표기법도 개정하고, 하나의 표준말을 만들어 우리말을 살려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다. 아울러 어릴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는데 이름난 학원을 찾아다니기에 앞서 자랑스럽고 소중한 우리말부터 제대로 가르치길 바란다.



독자 이종구 / 성우연기자바른말지킴이


독자 이종구 약력
이종구 님은 1977년 동양방송에 성우로 입사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2기 방송언어특별위원으로 활동했다. 성우로 라디오 드라마 <대한민국 경제실록>에서 ‘정주영’, 만화 <검정고무신>에서 ‘땡구’ 역을 맡았으며, 연기자로는 영화 <추격자>에서 ‘심리분석관’, <부당거래>에서 ‘고 대표’, <의형제>에서 ‘목사’, 드라마 <복희누나>에서 ‘심 사장’, <그대없인 못살아>에서 ‘최 집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1980년부터 30년이 넘도록 우리말을 살리는 일을 해 오고 있다(다음 카페 : 이종구바른말).